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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마을’도 아니고…금가고 못 빠지고 삐걱

등록 2023-11-13 18:56수정 2023-11-14 02:32

부산 기장군 안데르센 동화마을, 안전관리 허술
부산 기장군 안데르센 동화마을에 있는 나무집. 안전상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부산 기장군 안데르센 동화마을에 있는 나무집. 안전상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지난 12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삼각산 기슭에 자리한 ‘안데르센 동화마을’. 덴마크 동화작가인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 등 작품을 주제로 꾸민 숲 체험공간이다. 나무집 ‘동화놀이터’ 입구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안전제일’이라는 노란색 테이프가 처져 있었다.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안내글은 보이지 않았다. 6510㎥ 규모의 ‘동화의호수’의 데크 산책로 구간의 나무 난간 일부는 금이 가 갈라졌다. 손으로 밀어보니 삐걱거리며 흔들렸다. 근처에 있는 두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은 최아무개(39)씨는 “(데크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게 나아 보인다.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왔는데, 아이들이 걸려 넘어질까 봐 신경 쓰인다”고 했다.

아들과 함께 동화마을에 놀러 온 이아무개(43)씨도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다. 나무로 만든 ‘동화의숲’에 들어가려면 1m 정도 높이의 그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집과 그물 사다리를 고정한 못 일부가 사라진 상태였다. “아들! 내려온나. 쫌 위험한 거 같다.” 그물 사다리에 매달리는 아들 모습이 위험하게 보였는지 이씨가 고함쳤다.

부산 기장군 안데르센 동화마을에 있는 나무집에 설치된 그물 사다리로 한 어린이가 올라가고 있다. 그물 사다리 고정 못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김영동 기자
부산 기장군 안데르센 동화마을에 있는 나무집에 설치된 그물 사다리로 한 어린이가 올라가고 있다. 그물 사다리 고정 못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김영동 기자

동화마을은 기장군이 국·시·군비 147억여원을 들여 2019년부터 1만6389㎡ 규모로 짓고 있는 어린이체험시설이다. 동화의호수 등 공사를 마친 일부 시설은 2018년 문을 열었다. 기장군은 동화마을과 안데르센 극장 등을 내년 3월 준공해 같은 해 7월 전면 개방할 예정이다.

그런데 기장군은 동화마을과 관련해 사업비 관리지침 위반, 공유재산 관리계획에 따른 기장군의회 승인 절차 미이행, 미집행 사업에 대한 구체적 계획 미비 등으로 최근 부산시 감사위원회로부터 기관경고·시정·주의 처분을 받았다.

부산 기장군 안데르센 동화마을에 있는 동화의호수의 파손된 나무 난간. 김영동 기자
부산 기장군 안데르센 동화마을에 있는 동화의호수의 파손된 나무 난간. 김영동 기자

시설물 안전관리도 허술하다. 시설물안전관리특별법에 따른 안전관리와 유지·보수를 위한 시설물 지정도 하지 않았다. 시설물로 지정하면, 유지관리계획을 세워 정기안전점검을 이행해야 한다. 부산시 감사위원회 쪽은 “안데르센 동화마을은 어린이를 포함한 관광객, 주민이 이용하는 시설물인 만큼 안전관리 용역을 즉시 이행하고 관련법에 따라 시설물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기장군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오랫동안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설계 변경이 잦았고, 일일이 변경 계획을 수립해 시에 보고하다 보니 일부 놓친 부분이 있었다”며 “사업비 지적 등에 대해서는 정리를 했고, 시설물 지정에 대해서도 추경 예산을 확보해 안전관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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