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폐업 직전 경남 진주의료원 모습. 경남도는 2015년 12월17일 이곳에 경남도청 서부청사를 설치했다.
경남도가 2013년 서부경남 공공의료를 책임지던 진주의료원을 강제폐업하며, 입원환자 203명을 서둘러 내보내려고 공무원들을 동원해 협박성 회유를 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고, 강제폐업의 각종 문제점을 증명할 중요 문서를 폐기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없앤 것으로 드러났다.
진주의료원 강제폐업의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한 진상조사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지역정계,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이뤄진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진상조사위원회’는 11일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1차 보고대회를 열어 지난 2월26일부터 석달 동안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발표 다음날인 2013년 2월27일 서부경남지역 보건소와 소방서 등에 ‘진주의료원 환자 전원 조치를 위한 지원 요청’ 공문을 보냈고, 나흘 뒤인 3월3일 경남도 산하 86개 기관과 부서에 ‘진주의료원 입원환자 전원 적극 협조’ 공문을 다시 보냈다.
이때부터 진주의료원 입원환자와 가족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퇴원하라는 공무원들의 협박성 회유에 시달려야 했다. 그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긴 한 환자의 부인은 “경남도 공무원이 환자인 남편에게 계속 전화를 해서 독촉했다. ‘전기를 끊고, 약품 공급도 중단하고, 의사도 나갈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진술했다. 경남도는 병원에서 나가기를 거부하는 환자 가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음해 4월 경남도가 환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입원환자 203명 중 40명이 1년 사이에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를 두고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에 입원해 있었어도 숨졌을 환자”라고 해명했으나, 보건의료노조는 “생명이 경각에 달린 위중한 환자까지 내쫓는 비인간적 행위를 저질렀다”고 경남도를 비판했다.
국가인권위 조사에서 진주의료원 전 외과과장은 “폐암 말기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이틀 만에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병원을 옮긴 것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병실 환경 변화가 사망 시기를 앞당긴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병원을 옮기고 며칠 뒤 숨진 또 다른 환자의 부인도 “병원을 옮긴 것 때문에 빨리 돌아가신 것은 분명하다. 화가 났지만, 아들이 공무원이고 고인의 죽음을 어수선하기 만들기 싫어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진상조사위원회’는 11일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1차 보고대회를 열었다.
진상조사 결과, 경남도는 2013년 초 정무부지사·정무특보단·복지보건국장 등 10여명으로 ‘진주의료원 티에프(TF)팀’을 만들어 강제폐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휴업·폐업 등을 결정하는 진주의료원 이사회 회의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경남도는 티에프팀 회의록 등 중요서류 대부분을 폐기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없앤 것으로 드러났다.
박윤석 진상조사위 간사는 “진주의료원 강제폐업의 숨겨진 진실을 영원히 감추기 위한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진주의료원은 1910년 9월 문을 연 우리나라 대표적 공공의료시설이지만, 경남도는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2013년 강제폐업하고, 건물을 수리해 2015년 12월17일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의 선거공약이었던 경남도청 서부청사를 이곳에 설치했다. 2013년 국회는 국정조사를 벌여 조속히 재개원시킬 것을 지시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경남도가 환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경남도는 이를 모두 무시했다.
진주의료원 환자·보호자·직원들은 2013년 4월9일 진주의료원 휴업·폐업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경남도청 서부청사 설치 다음해인 2016년 8월30일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은 위법하지만, 폐업 결정을 취소하더라도 원상회복은 불가해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고 확정판결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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