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부산시의회 2층 대회의실에서 부산대가 주최한 금정산 특수학교 공청회가 열렸다.
교육부와 부산대가 전국 최초의 장애학생 예술 전문 특수학교를 숲 속에 설립하려 하자 환경·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국가와 국립대학이 사회적 약자에게 양질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려는 공익 활동이 자연환경 보호라는 또 다른 공익 활동과 충돌하는 것인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교육부와 국립 부산대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국비 324억원을 들여 2021년까지 부산대 사범대 부설 국립 예술중·고교 특수학교를 설립한다. 전국 단위 모집을 통해 21학급에 138명의 장애학생을 수용하며 수업료와 기숙사비, 통학비 등 모든 비용을 전액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2017년 12월 정부 국정과제 세부과제에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특수교사와 특수학급 확대’가 포함됐다. 이에 부산대가 예술분야 재능이 있는 장애학생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중·고교를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전국에는 예술중 9곳과 예술고 29곳이 있지만 특수학급조차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장소다. 교육부와 부산대는 부산 금정구 부산대 장전동캠퍼스 금정산 자락 국가 소유 임야 1만6000여㎡에 지상 3층 높이의 학교 건물 2채와 기숙사 건물 1채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산림훼손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에 주차장을 짓고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은 20%,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축연면적의 비율)은 53%로 추진한다.
부산환경운동연합·부산녹색연합 등 부산의 60여개 단체가 가입한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범부산시민 네트워크’는 특수학교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대안부지를 물색하라고 요구한다. 이 단체는 “금정산의 84.5%가 사유지여서 공원일몰제에 따라 국가와 자치단체가 사유지를 매입하지 않으면 막개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정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립공원 지정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국가사업이라는 명분으로 특수학교를 짓게 되면 형평성의 문제가 불거져 다른 시설들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와 부산대가 추진 중인 전국 최초 장애학생 중·고교 특수학교 후보지. 부산대 장전동캠퍼스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네이버 지도 갈무리
부산대는 “도심에 특수학교를 짓는 것은 정말 힘들다. 특수학교 외에는 금정산 자락에 다른 시설을 짓지 않겠다고 약속드린다. 숲 속 학교는 장애학생들에게 최적의 장소이고 도보 5분 거리의 부산대 음악관과 미술관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특수학교로 예정된 곳은 공원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특수학교를 지으려면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해야 한다. 특수학교 허가 여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치국 한국정책공헌연구원 원장은 “공익과 공익이 충돌하는 현상이다. 상생하는 지혜로운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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