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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행운 번호는?”…지자체 부정 채용 막는 공개 추첨 화제

등록 2019-06-19 14:04수정 2019-06-19 19:28

부산 해운대구, 단기 노동자 공개 추첨 채용
서류검토 뒤 가능하면 공개 추첨 자격 부여
지난 13일 부산 해운대구청에서 해운대해수욕장 청소원 110명을 선발하는 공개추첨이 진행되고 있다. 해운대구 제공
지난 13일 부산 해운대구청에서 해운대해수욕장 청소원 110명을 선발하는 공개추첨이 진행되고 있다. 해운대구 제공
지난 1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 대회의실. 8월말까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2~3개월 청소원으로 근무할 노동자 110명을 뽑는 공개 추첨식이 열렸다. 청사를 지키는 직원이 제일 먼저 상자에 손을 넣어 번호가 적힌 공을 뽑아서 번호를 불렀다. 1번 당첨자는 앞으로 나가서 공을 집어들고 2번 당첨자의 번호를 불렀다. 2번 당첨자는 1번 당첨자와 같은 방법으로 공을 집었다.

자치단체들은 단기간 근무하는 비정규 노동자를 보통 공고-접수-서류심사-면접 등 네 단계를 거쳐서 선발한다. 면접은 담당 과에서 형식적으로 본다. 행정업무가 많고 채용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등 선출직들에 인사 청탁이 들어오고 선출직들은 다음 선거를 위해 간부 공무원들에게 전화한다. 공무원들도 지인들의 부탁을 받고 동료에게 취업을 부탁한다. 한 번 채용된 단기간 근무 노동자는 담당 공무원과 친분을 쌓게 되고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다시 채용된다. 공개 모집은 형식 절차일 뿐이다.

이런 오랜 관행 때문에 단기간 근무 노동자 채용이 있을 때마다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빽없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채용된 단기간 근무 노동자들도 ‘보이지 않는 손’의 도움을 받지 않았느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부산 해운대구는 이런 채용 시비를 없애기 위해 지난달부터 공개추첨을 하고 있다. 서류 검토와 담당부서 면접단계에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공개추첨 기회를 준다. 실제 해수욕장 청소원은 공개 모집엔 215명이 서류를 접수했는데 130명이 공개추첨 기회를 얻어서 110명이 당첨됐다. 지난달 29일 해수욕장 시설물 관리자 공개추첨에선 40명이 행운을 잡았다. 24일엔 같은 방법으로 장산계곡 물놀이 안전관리자 5명을 채용한다.

지난 13일 부산 해운대구청에서 해운대해수욕장 청소원 110명을 선발하는 공개추첨이 진행되고 있다. 해운대구 제공
지난 13일 부산 해운대구청에서 해운대해수욕장 청소원 110명을 선발하는 공개추첨이 진행되고 있다. 해운대구 제공
해운대구가 모든 비정규 직원을 공개추첨 방법으로 선발하지는 않는다. 3개월 이상 비정규 노동자와 정년 60살이 보장되는 공무직(무기계약직)은 종전대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하지만 해운대구는 3개월 이상 비정규 노동자와 공무직 선발방법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심층 면접을 추가했다. 담당 과에서 면접을 통해 3배수를 추천하면 외부 인사 3명과 구청 과장급 이상 2명 등 5명이 2차 면접을 한다.

외부 면접관 3명은 20여명의 예비 면접관 가운데 임의로 뽑아서 면접 하루 전날 통보하고 구청 과장급 이상 면접관 2명은 면접 당일 위촉한다. 면접관들은 면접 대상자의 이름과 주소지 등 개인 정보가 가려진 상태에서 질문을 던지는 블라인드 면접을 한다. 해운대구는 이런 방법으로 공무직 9명을 선발했다.

해운대구 단기간 근무 노동자 안아무개씨는 “지난달 27일 공개추첨에서 운 좋게 당첨돼서 지난 1일부터 근무하고 있다. 공개추첨을 하니까 뒷말도 나오지 않고 채용과정이 투명해 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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