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갓난아기를 버린 혐의로 한 여성을 입건했으나, 유전자 감식 결과 버려진 아기의 엄마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엄마라고 나선 사람의 거짓 진술을 전적으로 믿은 탓이다. 경찰은 뒤늦게 ‘진짜 엄마’ 찾기에 나섰다.
지난 11일 아침 7시께 경남 밀양시 내이동의 한 주택 헛간에서 갓 태어난 여자아기가 집주인에게 발견됐다. 탯줄까지 달려 있던 아기는 배냇저고리를 입고, 분홍색 담요에 싸여 있었다. 현장에선 아기 엄마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반과 가방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틀 뒤인 지난 13일 같은 마을에 사는 ㄱ씨를 영아 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ㄱ씨는 “남편 아닌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라 키울 수 없을 것 같아서 버렸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ㄱ씨와 갓난아기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라는 유전자 감식 결과를 내놨다. 이에 대해 ㄱ씨는 “최근에 딸이 몰래 아이를 낳은 것 같았다. 딸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그러나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ㄱ씨 딸의 유전자 감식을 긴급 의뢰한 결과, 딸 역시 갓난아기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으로 밝혀졌다. 그제야 ㄱ씨는 “관심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경찰에 실토했다.
22일 현재 경찰은 배냇저고리와 담요 등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물 사진을 담은 전단지를 만들어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탐문 수사를 하고, 마을 곳곳의 폐회로 텔레비전 영상을 확보해 지난 11일 전후 찍힌 것을 분석하고 있다.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난 뒤에 갓난아기를 발견한 시점으로 되돌아가 ‘진짜 엄마’를 찾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인권 침해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마을에 알려지지 않도록 신중히 조사했고, 이 바람에 ㄱ씨의 진술에 의존한 부분이 있다. 분석 결과, ㄱ씨는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거짓말도 능숙하게 하는 ‘연극성 장애’라고 불리는 히스테리성 성격장애를 갖고 있었다. 수사 초기 단계엔 이를 몰랐다”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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