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경남 거제시 장목면 저도 전경.
‘바다의 청와대’라고 불리는 대통령 별장이 있는 경남 거제시 장목면의 작은 섬인 저도가 17일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지난달 30일 저도를 방문해 “저도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는 것이다.
경남 거제시는 10일 “저도를 17일부터 1년 동안 시범개방해, 하루 600명씩 관광객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저도를 운항하는 여객선은 ㈜거제저도유람선의 해피킹호이다. 해피킹호는 2010년 건조된 360인승 499t 여객선으로, 최고 속도는 15노트이다. 거제시 장목면 궁농항을 출발해 3.9㎞ 떨어진 저도까지 10분 만에 도착한다.
해피킹호는 월·목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20분, 오후 2시20분 등 2차례 출발한다. 왕복요금은 초등학생 이하 1만5000원, 중학생 이상 2만1000원인데, 중학생 이상이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1만8000원으로 할인된다. 거제시민은 나이와 상관없이 1만5000원을 내면 된다. 승선권은 ㈜거제저도유람선 누리집(jeodo.co.kr)이나 전화(055-636-7033)로 예매하거나, 현장에서 사면 된다.
관광객은 2시간10분 동안 섬을 둘러본 뒤, 타고 갔던 배를 다시 타고 나와야 한다. 저도 면적은 43만여㎡로,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와 경호시설, 군 작전기지와 초소, 콘도와 장병 숙소, 군함 정박시설, 전망대, 9홀짜리 골프장 ‘연리지 정원’과 테니스장, 전체 길이 3.5㎞인 3개 코스의 탐방로, 해수욕장 등을 갖추고 있다. 관광객은 30명 단위로 안내원을 따라 섬을 둘러보는데, 대통령 별장과 군 시설은 들어갈 수 없다. 음료를 제외한 음식물 반입은 금지된다.
거제시는 “1년 동안 시범개방해서 문제점을 개선한 뒤, 국방부·행정안전부 등과 완전개방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유람선 운항 횟수와 관광객수 등은 한달 단위로 협의해서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저도를 방문해 방하은 어린이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저도는 ‘멧돼지 섬’이라는 뜻이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일본군이 군사기지로 이용했고, 6·25전쟁 때인 1950년 유엔군이 탄약고로 이용했다. 1954년 우리 국방부가 넘겨받으면서, 이승만 대통령이 하계 휴양지로 이용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던 1972년 이곳의 대통령 별장이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해대로 공식지정되면서, 일반인 출입과 어로행위가 금지됐다. 1973년 대통령 별장을 새로 지으며, 주민들도 모두 쫓아냈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은 대통령 별장을 폐지했으나,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다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됐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저도에서 보내며 모래사장에 나뭇가지로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씨를 쓰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띄워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선거 때 “저도를 시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공약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사진 거제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