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봉무동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전경. 이 연구원은 2010년 출범한 뒤 원장 선임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제공
산업통상자원부와 대구시 예산을 지원받아 패션산업의 연구개발을 맡은 공공기관인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서 원장 공모를 둘러싸고 잡음이 불거졌다.
대구경실련은 23일 성명을 내어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신임 원장을 뽑기 위해 최근 원장추천위원회를 열어 응모자 6명의 서류를 심사한 결과, 섬유와 패션 쪽 경험이 전혀 없는 4성 장군 출신 인사에게 최고점수인 94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 출신 이 인사는 섬유 쪽 공공기관 관계자, 섬유 관련 학과 교수 등을 제치고 최고점수를 받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원장추천위원회는 당연직인 산업통상자원부, 대구시, 경북도의 패션담당 국장 3명과 패션 관련 업체 대표, 대학교수 등 외부인사 6명 등 모두 9명으로 이뤄져 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100점 만점인 서류 점수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이해력에 관한 배점이 20점이다. 패션 업무를 전혀 모르는 4성 장군 출신 인사가 어떻게 94점을 얻을 수 있나. 터무니없는 일이다. 원장추천위원회를 해산하라”고 말했다.
한국패션연구원은 지난 7월1일 원장 공모 서류심사를 벌여, 응모자 4명 모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어 지난 8월21일∼30일 2차 공모를 했는데, 부적격 탈락자 4명이 다시 원서를 내고, 장성 출신 인사와 교수 1명이 서류를 내 모두 6명이 서류심사를 받았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노조는 “원장 선임에 관여한 원장추천위원들을 이른 시간 안에 부패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 쪽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정관에 패션 관련 경력이 있는 인사로 원장을 선임하도록 돼 있다. 정관 규정을 위배하거나 선임 절차를 어기는 것은 부패행위에 해당한다는 권익위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이사와 원장추천위원을 맡은 홍석준 대구시 경제국장은 “서류심사를 거친 응모자 6명을 상대로 다음달 1일 면접을 할 예정이다. 6명 중 3명을 뽑아 산업통상자원부에 보내면, 1명을 원장으로 임명한다. 하지만 면접 후 3명을 뽑아 산업통상자원부에 보낼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