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의 건의로 고등학생용 책·걸상 표준규격이 18년 만에 개정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부산의 고교 1학년 ㄱ군은 학교 책·걸상이 불편하다. 걸상에 앉으면 허벅지가 서랍 바닥에 닿는다. 책상이 비좁아 교과서와 노트를 책상에 펼치기가 힘들다. 몸에 맞는 책·걸상으로 바꾸고 싶지만 학교 책·걸상은 규격이 같아서 어쩔 수가 없다.
실제 국가기술표준원이 1997년과 2015년 벌인 우리나라 고1 학생의 인체치수 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고1 남학생의 체격이 1997년 고1 남학생에 견줘 앉은키는 1.4㎝, 엉덩이 오금(무릎의 구부러지는 오목한 안쪽 부분) 길이는 1.5㎝, 앉은 오금 길이는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지난 4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학생용 책·걸상 표준규격 변경을 건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5월30일 보도자료를 내어 ‘학생용 책·걸상 표준규격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2001년 표준규격을 개정한 이후 18년 만에 다시 개정하는 것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올해 우수 교육혁신사례 12개를 선정해 자료집을 냈다고 30일 밝혔다. 국가기술표준원의 학생용 책·걸상 표준규격 개정은 으뜸으로 꼽힌다.
다음으로 눈여겨볼 사례는 중·고등학생의 척추측만증 케어서비스다. 척추측만증은 올바르지 못한 습관으로 척추가 비틀어져서 모양이 휘는 것인데 부산시교육청이 전국 처음으로 예방 조처에 들어갔다. 대한결핵협회·지역 4개 정형외과 전문 병·의원과 협약을 체결해 건강검진에서 의심학생을 선별하고 정밀검진과 상담·진료를 하도록 한다. 조기 발견을 해서 적정한 치료를 하자는 취지인데 검진과 진료가 무료이고 저소득층 가정 학생한테는 척추보조기를 무료 지원한다.
고교유형·학군·학교별 결원을 공개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부산시교육청 누리집에 학교별 정원 대비 결원이 얼마나 되는지를 실시간 공개하고 각 학교의 교육과정 특이사항을 제공한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고교생이 희망하는 학교로 쉽게 전학할 수 있다.
부산시교육청이 평생교육시설 8곳과 대안학교 8곳에 390대의 공기청정기를 설치한 것은 전국 처음이다. 정규학교가 아닌 곳의 학생들도 미세먼지가 많은 날 창문을 열 수 없을 때 쾌적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모든 학교의 정화조를 없애는 것도 전국 최초다. 정화조 주변에 악취와 해충이 많아져서 학습 환경이 나빠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부산시, 부산환경공단과 함께 2025년까지 1085억원을 들여 448개 학교의 정화조를 없애고 학교에서 발생하는 생활오수를 부산시 하수관로로 바로 보낸다.
올해까지 118개 학교 175곳에 등하굣길에 시속 30㎞ 이하로 운행하는 옐로카펫 설치,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생을 더 안전하게 돌보기 위해 초등학교 안 돌봄교실과 학교 밖의 마을돌봄공간의 통합운영, 학생·학부모·교직원·시민이 교육감과 토론하는 타운홀미팅, 교육공무직원 급여 계산 프로그램 개발 등도 우수 사례에 포함됐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