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오후 대구 강서소방서 3층 강당에서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 실종자 가족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이제는 울다 지쳐서 힘도 없습니다. 장관님 딸이 또는 손녀딸이 물에 빠졌어요. 헤엄쳐서 나올 수 있는 아이였습니다. 못 나왔습니다. 6일이 지날 때까지 장관님 자식이었으면 이렇게 손 놓고 있었을 겁니까? 꼭 빨리 찾아주세요.”
5일 오후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 실종자 가족 대기실이 마련된 대구 강서소방서 3층 강당에서 박단비(29) 구급대원의 어머니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박 구급대원은 지난달 31일 밤 11시26분 독도 앞바다에 추락한 소방헬기에 타고 있었다. 하지만 닷새째 발견되지 않고 있다. 진 장관은 이날 오후 2시36분께 윤병도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 정문호 소방청장과 함께 실종자 가족을 만나러왔다가 뭇매를 맞았다.
진 장관은 이날 실종자 가족 20여명 앞에서 고개를 숙인 뒤 “소방, 해군 여러 관계기관이 최선을 다해서 수색을 하겠다. 항상 마음은 독도 앞바다에 가 있고 아직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행안부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해 수색하고 있다. 가족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 저에게 말씀해주시면 제가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 장관의 말이 끝나자 실종자 가족들의 울분이 터져나왔다. 한 실종자 가족은 “청해진함의 자동함정위치유지장치가 고장 나서 포화잠수 작업을 중단했다. 그런데 이 작업이 가능한 함선이 한국에 3대가 있다는데 2대가 수리 중이고 나머지 1대가 청해진함이라고 한다. 그런 우리는 나머지 2대 수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냐”며 따졌다. 다른 실종자 가족도 “지금 청해진함이 고장 났고 언제 고칠지 모른다. 수리 중인 다른 함선이 오고 있다는데 사고가 발생했을 때부터 모든 장비를 다 보내지 않고 뭐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실종자 수색) 주무 부서는 해경이라고 장관님이 말씀하셨다. 그런데 해경 말을 해군이 잘 듣나. 해경에서 해군에 물어보고 협조 구하고 그런 게 아니라 해경과 소방, 해군을 한꺼번에 통제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수색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실종자 가족도 “이낙연 총리님이 모든 장비와 인원 동원해서 수색하라고 했고 저희는 과거 정부에 비해서 이번 정부를 상당히 믿었다. 하지만 뭔가 달라진 게 없었다. 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윤 청장과 정 청장은 추락한 소방헬기로부터 긴급조난위치발신(ELT)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ELT는 헬기가 추락을 하거나 조난이 됐을 때 자기가 있는 위치 신호를 보내는 장치다. 이 장치는 일정한 충격이 있으면 작동을 하고 해경에 수신하는데 추락 당시 해경에는 신호가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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