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오른쪽 첫째)과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30일 부산시가 출시한 지역화폐 ‘동백전’을 사용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지역화폐요? 처음 듣습니다.”
지난 5일 부산 연제구의 식품매장에서 빵 한 개를 사고 카드를 내밀면서 “지역화폐인데 결제가 되느냐”고 묻자 서너명의 직원들은 “지역화폐가 뭔가요”라고 되물었다. 결제를 요청하자 매장 직원은 “결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카드 단말기에 갖다 댔다. 휴대전화에 깔린 지역화폐 앱에 결제금액 1850원에 185원이 캐시백 됐다는 안내문이 떴다. 사용금액의 10%를 되돌려받은 것이다.
지역화폐는 지역에서 벌어들인 돈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선순환 경제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발행한다. 지역자금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서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지역화폐 발행금액의 4%를 자치단체에 지원한다. 자치단체는 정부가 지원하는 4%에 자체 예산을 보태 사용금액의 4% 이상을 소비자들에게 캐시백 방식으로 돌려준다.
부산시는 지난달 30일 300억원 규모의 2019년도분 지역화폐 ‘동백전’을 출시했다. 부산시는 새해 동백전 3000억원을 발행한다. 이달엔 출시 기념으로 이용금액의 10%, 다음달부터 개인은 6%, 법인은 2%를 되돌려주는데 개인은 월 100만원, 법인은 월 1000만원까지만 혜택이 주어진다. 개인이 월 100만원을 사용하면 6만원을 돌려받는 것이다.
동백전은 휴대전화에 앱을 깔아서 회원 가입과 카드 신청, 충전 등의 절차를 거쳐야 이용할 수 있다. 카드 결제를 하면 실시간 사용금액과 캐시백 금액을 즉시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은행을 방문하면 직원이 앱 깔기와 회원 가입 등을 도와주고 동백전 카드를 바로 수령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구글플레이에서 ‘부산 동백전’을 검색했더니 앱이 나왔다. 앱을 실행하니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권한을 허용해 달라’는 안내문이 나왔다. 휴대전화 인증을 하고 인증 비밀번호를 설정했다. 생체인증 등록은 귀찮아서 넘어갔다. ‘부산 동백전 서비스 가입을 환영합니다’란 안내문이 나왔다. 동백전 회원 가입이 된 것이다. 알림 수신에 동의했다.
2단계로 넘어갔다. 앱 상단의 ’카드신청하기’를 눌렀다. 두 가지 카드 종류가 있는데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것을 선택했다.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약관 동의와 본인인증을 하고 카드 신청서를 작성했다. 결제계좌정보와 동백전 카드를 받을 장소를 입력했다. 앱 화면에 카드번호가 나타났다. 카드 신청이 끝난 것이다.
지난달 30일 부산시청 1층 복도에서 열린 부산형 지역화폐 ‘동백전’ 출시 기념식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오른쪽 다섯번째)과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오른쪽 네번째) 등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부산시 제공
동백전은 계좌의 돈을 사용해서 동백전을 사야 한다. 이 과정이 마지막 단계다. 앱 화면 왼쪽 하단에 충전하기를 눌렀다. 충전계좌를 등록하라고 해서 농협계좌를 입력했다. 자동응답시스템(ARS) 안내에 따라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다음’을 눌렀다. 1원을 입금한 이름과 함께 적힌 숫자 4자리를 입력하고 앱 하단의 인증완료 버튼을 눌렀다. 계좌등록이 끝났다. 이제 동백전을 충전해야 한다. 앱 하단의 충전하기를 누르니 5000원부터 100만원까지 8가지 종류가 나왔다. 10만원권을 눌렀다. 동백전 10만원이 충전된 것이다.
동백전은 회원 가입과 카드 신청, 동백전 충전을 했다고 해서 바로 사용할 수가 없다. 동백전은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갖다 대면 결제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동백전 카드가 도착했다. 카드를 신청하고 사흘 만이다.
지난 4~5일 동백전 카드를 사용했다. 먼저 경남 김해시의 중소병원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고 동백전 카드를 내밀었다. 직원이 단말기에 동백전 카드를 넣었다. 세차례나 결제가 되지 않자 “카드가 이상하다”고 했다. 동백전이 부산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말이 맞았다. 다른 체크카드로 결제하고 나왔다.
부산으로 와서 파리바게뜨에 들렀다. 전국 체인점이어서 안 될 줄 알았는데 동백전 앱에 1만3550원의 이용금액과 함께 1355원의 캐시백이 지급됐다는 안내글이 왔다. 이런 방법으로 동네서점과 동네마트, 지에스(GS)25에서 동백전 카드를 이용했다. 하지만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부산 아시아드점에선 동백전 카드 사용이 불가능했다. 홈플러스 직원이 동백전 카드를 두 차례 카드 단말기에 갖다 댔지만 먹통이었다.
앱을 보니 4~5일 사용한 동백전은 5만5650원이었다. 이 금액의 10%인 5565원을 돌려받았다. 동백전 잔고는 4만4350원이었고 캐시백 5565원을 더해 사용할 수 있는 동백전은 4만9915원이었다.
지역중소상인들은 동백전 발행을 반겼다. 김진경(50) 연안식당 부산 마린시티점장은 “경기침체로 중소점포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동백전이 대기업 매장으로 가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지역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행 초기여서 그런지 문제점도 발견됐다. 전국 체인점인 맥도날드에선 동백전 카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부산시가 밝혔지만 부산 연제구 거제동 맥도날드점에선 사용이 가능했다. 전국 체인점의 경우 대기업 직영은 동백전 카드 사용이 불가능하고 개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은 결제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구분이 힘들었다.
지역화폐 발행방법은 체크카드형과 선불형 충전카드 등 두 가지다. 체크카드형은 시중은행이 발행하는 체크카드에 지역화폐 기능을 탑재하는 것인데 은행을 통해서만 발급된다. 선불형 충전카드는 편의점과 동사무소 등 생활주변시설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또 체크카드형은 미성년자의 경우 앱에서 신청이 불가하고 은행을 방문해야 한다. 만 12~13살은 보호자 동행이 필요하다. 만 14살 이상은 보호자 동행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지고 은행에 가야 한다. 선불형 충전카드는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된다. 교통카드처럼 무기명이어서 나이 제한이 없고 신용불량자도 이용이 가능하다. 충전은 앱을 통해서 하거나 교통카드처럼 현금으로도 가능하다.
부산시가 지난달 30일 처음 발행한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 연결된 계좌에 잔액이 있으면 사용이 가능한 체크카드다.
동백전은 처음엔 지역과 사용처 제한을 두지 않았다가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을 받아들여 부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대기업 계열 직영 점포 등에서도 사용이 되지 않도록 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편리성과 확장성 등 모든 면에서 선불형 충전카드가 나은데도 부산시가 사업대행자 공모 조건을 완화시켜 체크카드형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지역화폐 이용률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19년도분 부산시 발행액 300억원 가운데 1억원이 소진됐고 나머지 299억원은 폐기됐다. 정부가 300억원의 4%(12억원)를 캐시백 방식으로 지원하는데 부산시민들이 겨우 400만원만 되돌려받은 것이다. 2019년도분은 30~31일 이틀만 발행됐고 홍보가 거의 되지 않은 때문이다.
동백전 이용률을 높이려면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캐시백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4~5일 들른 가게 7곳 가운데 동백전을 소개하는 홍보물이나 안내문을 비치한 곳은 한 곳도 없었고 동백전을 들어봤다는 종업원들도 한 명도 없었다. 대학생 김아무개씨는 “학생들은 월 100만원을 사용할 여력이 없어서 6%를 돌려받아도 큰 혜택이 없다고 생각한다. 10%를 돌려준다면 동백전 이용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소상공인지원담당관실 관계자는 “출시를 서두르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다. 캐시백 비율을 높이려고 기초단체와 협의를 하고 있으며 홍보를 강화하겠다. 올해 체크카드형을 해보고 평가를 해서 내년도 사업대행자 공모 때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