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남극체험탐험대 발대식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앞줄 가운데)과 대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산시 제공
지구의 맨 위쪽엔 바닷물이 얼어서 형성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떠 있다. 북극이다. 지구 표면의 온도가 상승하는 온난화가 계속되면서 북극의 얼음덩어리는 빠르게 녹고 있다. 이상기후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꽁꽁 얼어붙은 얼음이 깨지면서 북극을 통과하는 뱃길이 열린다.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운항거리가 40%까지 단축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여러 국가가 북극 항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극의 바다 밑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석유의 13%와 미개발 천연가스의 30%가 묻혀 있고 석탄, 금, 은 등도 많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2002년 4월 노르웨이령 스발바드 군도 스피츠베르겐섬에 위치한 니알슨 과학기지촌에 세계 12번째 북극과학기지인 다산과학기지(연건축면적 216㎡)를 만들었다. 다산과학기지는 서울에서 6400㎞가량 떨어진 곳이며 연평균 기온이 영하 6.3도다. 겨울엔 영하 37도까지 내려간다. 연구원들이 상주하지 않고 여름인 6~9월에 방문해 기후변화와 생태계 등을 조사하고 연구한다.
북극의 정반대인 남극은 단단하고 두꺼운 얼음 덩어리가 커다란 땅을 뒤덮고 있다. 남극의 면적은 1400만㎢이고 지구 육지 표면적의 9.3%에 해당한다. 한반도 면적의 62배다. 현재 29개국이 월동이 가능한 41개 기지를 두고 있다.
한국은 1985년 17명의 탐험대가 남극 땅을 처음 밟았다. 이어 1988년 서남극 남극반도에 평행하게 발달한 남쉐틀랜드 군도의 킹조지섬에 세종과학기지를 건설했다. 서울에서 1만7240㎞ 떨어진 곳이다. 건물은 16채이고 연면적 5864㎡ 규모다. 평균 기온은 영하 1.8도이고 겨울엔 영하 25.6도까지 내려간다.
2014년에는 동남극 북빅토리아랜드 테라노바만 연안(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남쪽)에 두번째 남극기지를 건설했다. 장보고과학기지다. 서울에서 1만2730㎞ 떨어진 곳이다. 건물은 16채이고 연면적 4661㎡ 규모다. 평균 기온은 영하 15.1도이고 겨울엔 영하 36.4도까지 내려간다.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의 연구원들은 상주하며 남극의 기후와 생태계 등을 연구한다.
2009년에 남극과 북극 개척과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두꺼운 얼음을 깨면서 항해하는 쇄빙선 ’아라온호’를 1080억원을 들여 건조했다. 길이 111m, 너비 19m, 7507t, 승선인원 85명의 아라온호는 남극과 북극의 기지에 연구원들을 데려다주고 연구원들이 먹을 식량과 연료 등을 보급하고 남극과 북극 결빙해역에서 기후변화와 오존층 연구 등을 한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 위치도. 나무위키
부산시가 지방정부로서는 이례적으로 남극·북극 등 극지방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시는 “2021년까지 남극으로 향하는 5대 관문도시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칠레 마젤란주(마가야네스주),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오스트레일리아 호바트, 북극으로 향하는 관문도시인 노르웨이 트롬쇠와 차례로 교류협정을 맺을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먼저 2017년 3월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장보고과학기지의 관문도시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를 방문해 두 도시와 해양수산부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인 극지해양미래포럼, 뉴질랜드 남극사무소가 극지 분야 교류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오는 29일(현지시간 28일)엔 세종과학기지의 관문도시인 칠레 마젤란주 주도 푼타아레나스시 청사 회의실에서 부산시와 마젤란주가 극지 분야 교류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부산시는 지방정부로선 처음으로 열흘가량 일정의 남극체험탐험대도 파견한다. 탐험대는 지난달 26일 부경대에서 열린 극지 상식 및 골든벨대회에서 1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20명 가운데 면접을 통해 선발한 고교생 4명과 박진석 부산시 해양수산물류국장, 극지해양미래포럼 관계자 등 12명으로 꾸렸다. 탐험대장은 1985년 16명의 남극탐험대원들과 남극 땅을 밟았고 세종과학기지 건설에 참여하고 1차 월동대원을 지낸 이동화 극지해양미래포럼 부운영위원장이 맡는다.
탐험대는 한국시간 26일 오후 2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파리와 칠레 산티아고를 거쳐 현지시간 27일 푼타아레스시에 도착한다. 현지시간 28일 칠레 극지연구소와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마젤란주와 부산시의 양해각서 체결식에 참석한다. 현지시간 29일 남극연구소와 한국·칠레 남극협력센터를 방문하고 현지시간 30일 전세기를 타고 프레이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보트를 타고 세종과학기지에 도착한다. 세종과학기지에서 남극 생물 서식지를 탐방하고 연구원들의 빙하연구 등을 관찰한다. 세종과학기지에서 관리하는 특별보호구역인 펭귄마을을 방문하고 중국·러시아 남극기지 등을 돌아본 뒤 한국시간 다음달 6일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탐험대 비용 일부는 부산의 향토기업 세운철강과 부산은행 등에서 후원했다.
탐원대원인 박주성 부산고 1학년은 “남극 황제펭귄의 몸에서 수은이 검출됐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중금속이 몸에 쌓여가고 있는 남극의 펭귄이 어떤 생태계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성 부산과학고 1학년은 “학교에서 생물과 지질을 공부하면서 세종과학기지에서 기후연구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이번에 직접 체험하고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서 부산외국어고 2학년은 “지구온난화에 관련한 논문을 쓰면서 남극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환경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졌는데 남극 체험이 진로 설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극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부산을 동북아 극지관문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다. 부산이 대륙에서 대양으로 진출하는 출구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극지권 나라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해 도시 위상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시는 남구 용호만 매립지 2만3천㎡에 극지연구 실용화센터, 극지체험관 등이 들어서는 극지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영도구 동삼동 혁신지구에는 국비 1500억원을 들여 5개 입주 연구기관의 연구조사선 16척이 접안할 수 있는 전용부두도 건설할 방침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이제 세계는 해양의 시대를 넘어 극지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극지산업은 부산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고 지역기업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부산시가 극지에 진출하는 방안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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