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마공원)에서 고 문중원 기수의 노제가 열렸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한국마사회의 갑질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세상을 등진 고 문중원 기수의 노제가 9일 오후 늦게 그가 말을 타고 달렸던 부산 강서구의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마공원)에서 엄수됐다.
당초 노제는 이날 오후 2시께 부산경마공원 본부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마사회는 갑자기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한테 합의서에 공증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지난 6일 밤 마사회와 시민대책위 쪽이 책임자 처벌과 제도 개선에 합의했는데, 곧바로 시민대책위가 ‘마사회 적폐청산위원회’로 전환한 것이 마사회를 문제 삼겠다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동안 계속된 양쪽의 갈등은 교섭 대표들이 공증을 수일 안에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마무리됐다.
이후 진행된 노제에는 시민대책위와 민주노총, 유족 등 200여명이 참석해 문 기수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노제를 마친 뒤 문 기수를 태운 영구차는 노동열사의 성지로 불리는 경남 양산의 솥발산공원 묘원으로 향했다. 하관식을 마지막으로 문 기수는 영면에 들어갔다.
시민대책위는 마사회 적폐 권력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합의이행을 요구할 계획이다. 시민대책위는 “오늘 영결식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마사회의 민낯을 확인했다. 적폐 청산과 더는 죽음을 막기 위한 강력한 실천 투쟁을 펼칠 것을 다시 결심한다”고 밝혔다.
문 기수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에 따른 승부조작, 마사회의 조교사 허가 과정의 비리 등이 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해 11월29일 부산경마공원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문 기수의 유족들은 민주노총과 함께 진상규명과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마사회에 요구하며 장례를 미룬 채 부산, 서울 등지에서 힘겨운 투쟁을 이어갔다. 마사회는 문 기수가 숨진 지 99일만인 지난 6일 유족 등과 책임자 처벌, 제도 개선에 합의하고 애도를 표했다. 경찰은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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