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사범대학 부설 예술 중·고등 특수학교 위치도. 2022년 3월 파란색 구역에 특수학교가 개교한다. 교육부 소유의 빨간색 구역은 근린공원으로 지정된다. 부산시 제공
국내 최초의 장애학생 예술학교가 진통 끝에 2022년 3월 개교한다. 환경단체가 숲 속에 장애학생 예술학교 설립을 반대하자 장애인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찬성하면서 특수학교 설립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가 극적 합의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29일 부산시와 부산대의 말을 종합하면, 교육부와 부산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금정산 국립공원지정 범시민네트워크 등 5개 기관·단체는 10개월 만에 부산대 사범대학 부설 예술 중·고등 특수학교 설립에 합의했다.
이들이 지난 25일 서명한 협약서를 보면, 특수학교 주관부서인 교육부와 참여기관인 부산대는 부산 금정구 부산대 부산캠퍼스 대운동장 뒤쪽 근린공원 4천㎡와 개발제한구역 1만㎡ 등 교육부 땅 1만4천㎡에 부산대 사범대 부설 예술 중·고등 특수학교를 짓는다. 대신에 교육부와 부산대는 근처 자연녹지지역이자 개발제한구역인 교육부 땅 1만8천㎡가 금정산 장전공원에 편입되는 것에 동의한다. 부산시가 장애 학생 예술학교를 지을 수 있도록 근린공원 4천㎡를 해제하고 교육부와 부산대는 산림이 많은 1만8천㎡를 원형 보존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부산대 사범대학 부설 예술 중·고등 특수학교는 교육부가 2022년까지 신설할 국공립 특수학교 26곳 가운데 하나다. 국비 324억원을 들여 중학교 9개 학급 54명, 고등학교 12개 학급 84명 등 21개 학급 138명 규모로 짓는다. 전국에서 선발한 장애 학생 모두한테 수업료와 기숙사비, 통학비 등을 전액 지원한다. 현재 전국에 예술중 9곳과 예술고 29곳이 있지만 예술에 재능이 있는 장애 학생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특수학교는 초·중·고를 통틀어 한 곳도 없다. 교육부는 올해 12월 착공을 해서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한다.
교육부와 부산대가 애초 추진했던 전국 최초 장애학생 중·고교 특수학교 후보지.
특수학교 위치는 애초 부산대 부산캠퍼스 대운동장 왼쪽 금정산 자락 근린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부터 부산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범시민네트워크 등 환경단체가 산림 훼손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이에 전국의 장애인단체들이 부산으로 달려와 특수학교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반발했다. 이례적으로 공익을 추구하는 두 단체가 충돌하는 모습이었다.
두 단체의 갈등이 깊어지자 부산대는 지난 1월까지 네차례 공청회와 간담회를 열었다. 교육부, 부산시, 부산대는 지난해 1월부터 20차례 이상 회의를 열었다. 부산시는 환경단체와 장애인단체를 부지런히 오가며 설득했다. 이해 관련 단체들은 한 발씩 물러섰다. 교육부와 부산대는 특수학교를 대운동장 뒤쪽에 짓게 되면 전체 터가 애초 1만6천㎡에서 1만4천㎡로 2천㎡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면서 국내 최초의 특수학교 개교에 의미를 두고 있다.
합의에 이른데는 환경단체의 양보도 주효했다. 환경단체는 대운동장 뒤쪽에 특수학교를 짓게 되면 4천㎡의 근린공원을 해제해야 하지만 특수학교 전체 터에서 근린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애초 100%에서 28.5%로 감소하는데다 근처 교육부 땅 1만8천㎡가 근린공원구역에 편입되면 금정산 보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협약서에 서명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