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기부금협의회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접수된 성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정부가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을 구석구석 살펴줬으면 좋겠네요.”
부산의 초등학교 방과후수업 바이올린 강사인 ㄱ(32)씨는 2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어떻게 생활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정부에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다양한 생계지원금을 준다고 하는데 서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방 음대를 졸업한 ㄱ씨는 해마다 12월 바이올린 강사를 구한다는 공고문이 나붙은 초등학교에 원서를 내서 면접을 본다. 청년 예술가들의 취업난을 반영하듯 경쟁률은 높게는 100대 1에 육박하기도 한다.
면접을 보고 나면 보통 1~2곳에서 연락이 오고 운이 좋으면 3곳에서 연락이 온다. 올해는 2곳에서 합격 통보가 왔다. 수입은 수강생 수에 따라 달라진다. 학생당 수강료는 3만~3만5000원이다. 여름·겨울방학에는 수강생이 줄어들어 한 달 수입이 100만~120만원가량 된다. 1년 계약을 하고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수업한다.
지난해 3월부터 부산의 초등학교 2곳에서 가르쳤다. 그런데 지난 2월 21일 부산에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생겼다. 바이올린 수업이 바로 중단됐다. 얼마 뒤 통장에 90여만원이 들어왔다. 중단된 잔여 수업일수에 비례해 20여만원이 깎였다. 설상가상 개학이 3월로 연기됐다. 3월 첫째 주에 수강생 모집을 하고 둘째 주부터 2곳의 초등학교에서 수업할 예정이었는데 중단됐다. 3월부터 유일한 수입원인 개인 레슨비 40만원으로 버텨야 한다.
2~3월치 음식비·통신비·보험료 등 기본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빼면 방값 30여만원이 부족했다. ㄱ씨는 “집주인에게 사정을 말하고 다음달에 밀린 방값을 드리겠다고 했더니 감사하게도 집주인이 양해했다”고 말했다.
3월 중순 이후 개학을 하면 수강생 모집을 하고 수업에 들어가면 되겠다 싶었다. 다시 개학이 연기됐다. ㄱ씨는 “교육부에서 초등학교는 이달에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발표했지만 바이올린 수업은 대면 수업만 가능해서 두 달째 쉬어야 한다”며 전화기 너머로 한숨을 쉬었다.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힘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식당 등이 휴업을 하거나 매출이 반토막이 나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도 그만두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18~34살한테 하루 3시간씩 주 6일 근무에 시간당 1만189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약국 보조 인력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냈다. 242명 모집에 9만8519명이 접속해 4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예상대로 탈락했다.
“아르바이트도 힘들고 그래서 집주인한테 월세를 다시 한 달만 더 봐달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용기가 나지 않네요.” 더 심각한 문제는 초등학교 온라인 개학의 장기화다. ㄱ씨는 “방과후 수업 강사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같은 자영업자인 식당 같은 곳은 부산시에서 위로금 100만원을 주거나 낮은 이자의 대출 혜택도 있고 노조가 있는 학교 비정규직은 개학을 연기해도 부산시교육청에서 임금을 보전해 주거나 선지급하지만 나 같은 자영업자는 기댈 곳이나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