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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감독 끝난지 하루만에…현대중공업 30대 하청노동자 숨져

등록 2020-05-21 14:37수정 2020-05-22 02:31

올해 들어서만 중대재해 벌써 4건
사고가 발생한 엘엔지 운반선 배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사고가 발생한 엘엔지 운반선 배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21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사내하청 노동자가 작업 중 숨지는 중대재해가 또 발생했다. 이 회사에서 노동자가 작업 중 숨진 중대재해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4건째다.

이날 오전 11시10분께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14안벽에서 건조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안에서 배관(지름 80㎝) 용접 보조작업을 하던 사내하청 노동자 김아무개(33)씨가 배관 안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 노동자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이 회사에선 지난달까지 노동자들이 작업 중 끼임 사고로 숨지는 중대재해가 잇따라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됐다. 특별근로감독이 끝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사고가 난 것이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사고가 발생한 엘엔지 운반선에 대해 회사 쪽에 전면 작업중지를 요구했다. 노조는 “용접용 아르곤 가스를 배관 안에 채우고 바깥쪽에서 용접한 뒤 배관 안쪽 용접부위를 점검하기 위해 안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배관 내부의 환기를 충분히 하지 않고 들어가게 되면 산소 부족으로 질식할 수 있다. 김씨의 사고는 이런 사례로 추정된다”고 했다. 아르곤 가스는 무색·무취·무독성이지만 공기보다 무거워, 이 가스가 들어있는 밀폐공간에 들어갈 경우 산속 부족에 의한 질식사고의 위험이 있다.

노조는 또 “노동부 특별감독 중에는 작업을 제대로 시키지 않다가 감독이 끝남과 동시에 평소 작업방식으로 돌아갔던 사례가 잦아 현장에 안전작업이 이뤄질 때까지 특별근로감독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를 무시한 결과 중대재해가 또다시 발생했다. 특히 숨진 김씨가 속한 사내 협력업체는 1차 협력업체로부터 다시 도급을 받은 2차 협력업체로 드러나 다단계 하청 고용구조가 중대재해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에선 앞서 지난달 21일엔 조선사업부 선행도장부에서 야간작업을 하던 노동자 정아무개(50·씨가 선체 구조물(블록)을 밖으로 옮길 때 여닫는 대형 문(빅도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났다. 지난달 16일엔 특수선사업부 수중함생산부에서 노동자 김아무개(45)씨가 잠수함 어뢰발사관 내부에서 유압으로 작동되는 문에 머리와 목이 끼여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11일만인 27일 숨졌다. 2월22일엔 작업용 발판 구조물(트러스) 제작을 하던 사내하청 노동자가 21m 높이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도 났다.

이처럼 사고가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11∼20일 이 회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나섰지만 특별근로감독이 끝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사고가 났다. 회사 쪽도 지난달 23일 하루 자체적으로 모든 생산활동을 중단하고 안전 대토론회와 안전점검 등을 벌였지만 공염불에 그친 꼴이 됐다.

노조는 ”안전불감증과 생산제일주의에 빠진 회사 경영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중대재해 때 기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기업살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회사 쪽은 “올해 잇따른 중대재해에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안전관리 강화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던 중 또다시 사고가 발생해 말할 수 없이 안타까운 심정이다.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관계 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에 사고 원인 규명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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