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와 친모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당한 9살 피해 초등학생 거주지인 경남 창녕군 한 빌라 11일 모습. 학대 피해 학생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베란다(오른쪽)에서 난간을 통해 옆집(왼쪽)으로 넘어갔다. 창녕/연합뉴스
경남 창녕에서 어머니와 의붓아버지로부터 고문 수준의 학대를 받은 9살 초등학생은 빌라 4층 발코니에서 쇠사슬에 목이 묶이는 감금 생활을 하다, 추락 위험을 무릅쓰고 옆집 발코니를 통해 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충남 천안에서 9살 어린이가 여행가방에 갇혀 있다 결국 숨진 사망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피해 어린이의 아버지가 동거녀의 상습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조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11일 경남경찰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피해 어린이는 4층 자신의 집 발코니에서 쇠줄에 묶인 채 갇혀 있다가, 지난달 29일 저녁 6시께 쇠줄이 잠시 풀린 틈을 타 맨발로 발코니 난간을 넘어 옆집으로 도망쳤다. 당시 사람이 없던 옆집을 통해 건물을 빠져나온 어린이는 이웃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구조됐다. 경찰은 어린이를 아동보호전문기관인 경남해바라기센터에 맡겼고, 현재는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래된 골절 다수, 심한 빈혈, 눈 부위 멍, 손과 발에 화상 흔적, 등·목 등 온몸에 상처가 있었다”고 발견 당시 이 어린이의 상태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 어린이는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어, 이달 중순 퇴원해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어린이는 ‘집으로 돌아가기 싫다.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피해 어린이로부터 구타, 감금, 고열로 지지기, 물고문, 밥 굶기기 등 학대를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쇠줄, 자물쇠, 프라이팬, 효자손, 쇠막대, 접착제 등 학대에 사용된 증거물들도 확보했다. 하지만 피해 어린이의 의붓아버지(35)는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반항할 때 몇대 때렸을 뿐 학대를 하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피해 어린이의 어머니(27)는 조현병을 앓고 있으며, 자해를 시도해서 아직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어린이는 위탁가정에 맡겨져 5년가량 살다가, 2017년 어머니가 의붓아버지와 재혼한 이후에 다시 가족과 살게 됐다. 이 어린이는 부모와 분리해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것으로 본다. 4남매 중 어머니와 의붓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나머지 3명은 학대를 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 어린이에 이어 나머지 세 자녀도 부모와 분리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맡기고, 부모는 병원에 응급입원시켰다. 경찰은 이날 “법원의 임시보호명령 결정을 받아 지난 10일 오후 4시25분께 5살·4살·1살인 나머지 세 자녀를 부모와 분리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맡겼다. 이 과정에서 아동학대 가해자인 부모가 자해소동을 벌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부모 모두 이날 저녁 6시께 병원에 응급입원시켰다. 응급입원은 사흘 동안 가능한데, 이 기간에 검찰과 협의해 구속수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충남경찰청은 아버지 동거녀(42)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당하다가 지난 1일 7시간 동안 여행가방에 갇혀 숨진 아홉살 어린이와 관련해, 친아버지를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아버지도 아이를 학대했는지, 동거녀의 상습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최상원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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