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달 2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시가 선거관리위원회에 내년 4월 예정인 시장 보궐선거 법정선거비용의 분납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궐선거의 경우 선거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해 선납하는 것이 원칙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재정 상황이 악화해 이례적 분납요청을 하게 된 것이다.
6일 부산시와 부산시선관위 말을 종합하면, 부산시는 내년 4월7일 치러질 시장 보궐선거 비용 219억원 가운데 107억원은 11월8일까지, 나머지 112억원은 내년도 당초예산(본예산)이 12월 부산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인 내년 1월 납부하겠다고 부산시선관위에 통보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공직선거법과 선관위 내규는 보궐선거의 경우 예비후보 등록시작일로부터 30일 안에 보궐선거 비용 전부를 선관위에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는 12월8일부터 등록할 수 있다.
부산시가 시장 보궐선거 비용 분할 납부를 선관위에 요청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세차례 편성해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1차 2258억원과 2차 1차 1조50억원을 집행한 데 이어 3차 추경 6543억원을 편성해 최근 부산시의회에 넘겼다. 오는 23일 부산시의회 본회의에서 3차 추경이 통과되면 올해 일곱달 동안 편성한 추경은 1조8851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추경예산 9천여억원을 넘는다.
올해 세차례 추경예산 1조8851억원 가운데 국비는 1조2844억원이고 시비는 6007억원이다. 시비 6007억원 가운데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하는 지역 중소상인과 취약계층 등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편성한 예산은 3천억원이 넘는다. 이 3천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시는 일반회계 지방채 1479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재정이 긴급할 때를 대비해 편성한 올해 일반회계 예비비 520억원 가운데 150억원도 이미 집행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긴급하게 필요한 예산이 늘고 있는데 보궐선거가 갑자기 결정됐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추가 추경 편성 등에 대비하기 위해 보궐선거비용을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시선관위 관계자는 “법정선거비용의 분할 납부는 사상 처음인 듯하다. 코로나19가 지구적 전염병이라는 것을 고려해 당장 필요하지 않는 투표·개표관리비 등은 분할 납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병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부산 서구동구)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4월 여성직원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고 사퇴해 내년 4월 보궐선거가 확정된 것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오거돈 방지법)을 최근 대표발의했다.
현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그만둔 경우만 후보자한테 되돌려준 기탁금과 선거비용을 환수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당선인 때문에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면 반환받은 기탁금과 선거비용을 남은 임기에 비례해 반환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오 전 부산시장은 2018년 6월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 선거비용 11억3800만원을 되돌려받았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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