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불어난 경남 함양군 지곡면 보산리 보각마을 수로. 경남도소방본부 제공
폭우를 맞으며 막힌 수로를 뚫는 작업을 하던 마을이장과 주민 등 2명이 갑자기 밀려든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다 목숨을 잃었다.
경남지방경찰청과 경남도소방본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2일부터 폭우가 쏟아지면서 13일 아침 경남 함양군 지곡면 보산리 보각마을의 도로와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보각마을을 가로지르는 폭 2m가량의 수로가 상류에서 떠내려온 나뭇가지와 쓰레기 등에 막히면서, 물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보각마을 이장 이아무개(65)씨는 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수로 배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굴착기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오전 9시께 현장에 도착한 굴착기 기사는 수로 배수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굴착기만으로는 수로를 꽉 막은 나뭇가지와 쓰레기를 치울 수 없었다. 결국 마을이장인 이씨가 수로에 들어가서 손으로 쓰레기를 함께 치우기 시작했고, 뒤이어 마을주민 박아무개(74)씨도 수로에 들어가 이장과 함께 쓰레기를 치웠다. 하지만 오전 9시20분께 수로가 뚫리는 순간 막혀있던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가면서, 미처 수로에서 나오지 못한 이장 이씨와 주민 박씨까지 휩쓸고 내려갔다.
오전 9시23분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수색작업을 벌여, 사고지점에서 30여m 떨어진 하류 쪽 웅덩이에서 두 사람을 발견해 병원으로 긴급히 옮겼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굴착기 기사 등 목격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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