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경남 마산항 4부두 모습. 태풍 ‘마이삭’에 대비해 도선과 관공선까지 대피해 있다. 창원시 제공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백중사리인 2일 밤부터 3일 새벽 경남을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길목에 놓인 경남 전체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한달 중 바다의 밀물과 썰물 높이차가 가장 큰 때를 ‘사리’라고 한다. 또 음력 7월 보름인 ‘백중’을 전후한 ‘사리’ 때 바닷물 높이가 1년 중 가장 높게 올라가는데, 이때를 ‘백중사리’라고 한다. 백중사리 때 태풍이 몰아치면 거대한 해일이 일어 해안을 덮치는 등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마이삭은 2일 밤부터 3일 새벽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2일이 바로 올해 백중사리이다. 매우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한 태풍 ‘마이삭’은 남해안 일대에 폭풍해일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마이삭이 상륙할 때 남해안에는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30~50m인 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3년 132명의 인명피해와 4조7천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던 태풍 ‘매미’가 경남 사천시 근처에 상륙했을 때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40m였다. 마이삭의 바람 위력이 매미에 견줄 만큼 강력한 것이다. 진로 역시 남해안에 상륙해 내륙을 휩쓸고 동해안으로 빠져나간 매미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삭이 남해안에 상륙할 때 바다에는 높이 8~12m의 파도가 치는데, 방파제로 보호받는 각 항만 안에서도 바닷물 높이가 2일 밤 9시19분 거제항 2m17㎝, 밤 9시29분 통영항 296㎝, 밤 9시30분 마산항 242㎝, 밤 9시43분 남해·사천항 366㎝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2일 밤부터 3일 저녁 남해안 일대 강수량도 100~30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내륙을 뺀 경남 전역에 2일 오전 10시 호우주의보, 밤 10시 태풍경보를 발령했다. 창원·통영해양경찰서는 태풍 특보 해제 때까지 안전사고 위험예보제 ‘주의보’를 발령했다. 해상교량인 남해대교는 오후 5시, 사천대교와 삼천포대교는 저녁 8시부터 차량 통행이 중지됐다. 부산과 경남 거제를 연결하는 거가대교는 저녁 7시30분, 마산 앞바다의 마창대교는 밤 11시 통행 제한됐다. 통행 제한은 3일 새벽 5시 해제된다.
한국도로공사 부산경남본부는 초속 25m 이상 강풍이 10분 이상 계속 불면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낙동강대교의 차량 통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부산김해경전철은 강풍 피해를 막기 위해 밤 9시37분 출발 열차를 끝으로 2일 운행을 중단했다. 경남도교육청은 도내 모든 학교에 3일 등교시각을 오전 10시 이후로 조정하라고 권고했다.
경남도는 2일 오후 1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2단계 근무를 발령해,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게 비상대기하라고 지시했다. 경남도는 폭풍해일에 대비해 해안저지대 81곳의 주택·상가 사전대피 준비와 영업중지, 지하주차장 차량 대피와 지하영업장 영업중지를 권고했다. 지방어항 67곳의 출입을 통제하고, 공사장 타워크레인 운전중지도 지시했다. 경남 도내 어선 1만2742척이 항구 안으로 대피했고, 1300여척은 아예 뭍으로 올라왔다. 도내 여객선 24척은 운행을 중단했다.
창원시는 시내 19개 모든 지하차도의 차량 통행을 통제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은 매미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지역인 월영동과 해운동 일대 상가에 침수 대비용 5㎏짜리 모래주머니 2천개를 나눠줬다. 밤 9시 현재 창원 667가구 1463명, 의령 142가구 280명, 진주 184명 240 240가구 등 상습 침수지역 1629가구 3258명은 태풍 피해에 대배해 대피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2일 오전 ‘태풍 대처상황 점검 영상회의’를 열어, 경남도민에게 “외출을 자제하고, 배수로 점검 등을 개인적으로 하지 말고 119의 도움을 받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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