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 감천동의 한 교회 첨탑이 강풍으로 부서졌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제9호 태풍 ‘마이삭’ 때문에 부산에서 1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치는 등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부산 기장군의 핵발전소 4기가 가동 중단되고 4만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보는 등 시설물 피해도 속출했다.
3일 경찰 등의 말을 들어보면, 태풍이 부산 남서쪽 해안에 상륙하기 45분 전인 이날 새벽 1시35분께 부산 사하구 ㅁ아파트에서 ㄱ(67)씨가 베란다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다가 갑자기 깨진 유리창 때문에 왼쪽 손목과 오른쪽 팔뚝을 베였다. 깨진 유리창 파편에 손목 등이 베여 출혈이 심했던 ㄱ씨는 근처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날 새벽 2시6분께 결국 숨졌다.
이날 새벽 2시17분께 해운대구 방파제에선 파도에 휩쓸린 50대가 왼쪽 다리가 부러져 119구급대에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새벽 2시25분께 해운대구 한 편의점 앞에서는 냉장고를 고정하던 60대가 바람 때문에 쓰러진 시설물에 맞아 기절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새벽 1시21분께 동래구 온천동 도로에서는 가로수가 강풍에 쓰러지면서 아래에 있던 차를 덮쳐, 차에 타고 있던 2명이 고립됐다가 119에 구조됐다. 지난 2일 밤 11시58분께 남구 문현동 동천에 40대가 빠졌다가 구조됐다. 경찰은 3일 아침 7시 기준, 태풍으로 1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했다.
시설물 파손도 잇따랐다. 지난 2일 밤 11시32분께 남구 한 건물의 외벽 일부가 떨어져 내려, 밑에 주차한 차가 부서졌다. 3일 새벽 1시5분께 영도구청 앞에 있던 트럭이 강풍에 넘어졌고, 새벽 1시40분께 기장의 한 아파트 옆길에서도 주차한 트럭이 강풍에 밀려 옆으로 쓰러졌다. 3일 새벽 4시께 사하구 구평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타워크레인 1대가 강풍에 넘어졌다. 3일 새벽 6시 기준 부산광역시 소방재난안전본부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모두 305건이다.
태풍의 영향으로 고리원전의 핵발전소 4기도 운영이 중단됐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3일 새벽 운영 중이던 고리 3·4호기, 신고리 1·2호기의 원자로가 정지됐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0시46분께 신고리 1호기가 정지됐고 이어 새벽 1시12분께 신고리 2호기가 멈췄다. 새벽 2시53분께 고리 3호기, 새벽 3시2분께 고리 4호기의 가동이 중단됐다. 고리원전은 원자로 정지 원인이 발전소 밖 전력계통 이상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핵발전소가 안전정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방사선 준위도 평상시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전사고도 잇따랐다. 부산시는 부산진·동래구 1만3406가구, 사하·북·사상구 1만595가구, 동래·금정·연제구 7461가구, 해운대·수영·남구 6513가구, 강서구 2417가구, 기장군 2369가구, 서·중구 902가구, 영도구 700가구 등 아침 7시 기준 4만4363가구가 정전 피해를 보았다고 파악했다. 복구율은 13.6%(3245가구)다. 침수나 산사태, 노후 건물 등 재해 우려가 있는 12개 구·군의 155가구 275명은 태풍 상륙 전 사전 대피한 상태다.
태풍 때문에 통제됐던 동서고가도로·거가대교 등 36곳의 주요 다리와 도로 가운데 21곳의 통행이 재개됐다. 대형 도로 표지판이 쓰러진 해운대구 장산1터널 등 나머지 15곳은 복구작업 중이다. 선박과 항공기 운항은 태풍 영향을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 통제된다. 부산김해경전철과 동해선 철도는 아침 6시 운행을 재개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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