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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선생 10주기 추모행사 기획한 김태만 한국해양대 교수

등록 2020-09-24 18:25수정 2020-09-25 02:06

고인 모교 해양대 독서 논술 공모전
내달 15일까지 독후 논술문 내면 돼

‘전환시대의 논리’ 읽고 ‘마음의 스승’
“선생님 책 읽고 베이징대 유학 결심”
생전 두차례 ‘모교 특강’ 마련 인연
별세 땐 학교 빈소 차리고 망월동 찾아
김태만 한국해양대 도서관장이 연구실에서 고 리영희 선생과의 인연을 말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김태만 한국해양대 도서관장이 연구실에서 고 리영희 선생과의 인연을 말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 이념에 따라 나는 언제나 내 앞에 던져진 현실 상황을 묵인하거나 회피하거나 상황과의 관계 설정을 기권으로 얼버무리는 태도를 지식인의 배신으로 경멸하고 경계했다. 사회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그에 앞서 자신에 대한 배신이라고 여겨왔다.”

한국의 대표적인 양심적 지식인이자 언론인이었던 고 리영희 선생은 자전적 대담 <대화>(2005)의 서문 ’읽는 이를 위하여’에서 이렇게 적었다. 실제 그는 불의에 침묵하는 나약한 지식인이기를 거부했다. 선생은 서슬 퍼런 군사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사를 통해 진실을 알렸고 강단에서도 쓴소리했다. 그 결과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기간에 연행 아홉차례, 구금 다섯차례, 재판 세차례를 받으며 1012일 동안 옥고을 치렀다. 언론사와 대학에서 각각 두차례씩 강제로 쫓겨났다.

선생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모교인 한국해양대가 독서 논술 공모전을 한다. 한국해양대 도서관 누리집(library.kmou.ac.kr)에 공지된 선생의 대표 저서들 중 1권을 읽고 다음달 15일까지 논술문을 제출하면 된다. 시상식은 11월 20일이다. 이날 오후 3시 한국해양대 미디어홀에서 ‘리영희 선생을 말하다’ 주제로 대화 행사도 한다. 11월 9~20일엔 한국해양대 도서관 2층에서 리영희 선생이 집필한 도서를 한눈에 보는 전시회가 열린다.

10주기 추모 행사는 이 학교 김태만(59) 도서관장이 기획했다. 독서 논술 공모전 운영위원장을 맡은 그는 선생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그 시절 젊은이들이 그랬듯, 책을 통해 선생과 처음 만났다.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부산대를 다녔는데 금서였던 <전환시대의 논리> 등을 읽고 선생님을 마음 속 스승으로 생각했지요.” 선생의 또다른 저작 <8억인과의 대화>를 읽고는 “사회주의 중국을 직접 보고 싶어”서 중국과 수교한 이듬해인 1993년 베이징대로 유학을 떠났다.

고 리영희 선생.
고 리영희 선생.

1998년 한국해양대 교수로 부임한 그는 2000년 선생을 직접 만났다. “부산민주공원에 특강을 오신 선생님이 모교인 한국해양대를 둘러보고 싶다고 했다는 말을 지인에게 들었죠. 제가 선생님을 차로 모시고 캠퍼스를 둘러보았죠.”

그는 2006년에는 한국해양대 민교협과 총학생회가 공동주최하는 개교 61주년 기념특강에 선생을 초청했지만, 대학본부의 분위기는 차가웠다. 레드콤플렉스 때문이었단다.

선생은 김 교수가 전교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정규 교양과목 ‘월드비전특강’ 정식 강사로 초청돼 2008년에도 한국해양대를 찾았다고 한다. 김 교수는 당시를 회고하며 “모교에서 비로소 융숭한 대접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12월5일 선생이 숨지자, 당시 오거돈 총장에게 보고해 교정에 빈소를 차렸다. 사흘 동안 문상을 받고 장례식 마지막날 학교 버스를 타고 제복을 입은 해사대학 학생들과 함께 선생이 묻히기를 희망했던 광주 망월묘지로 향했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가운데 학생대표가 후배를 대표해 조사를 낭독하자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렸다.

“한국해양대가 생전의 선생을 제대로 예우하지 못한 것에 미안함이 있었죠. 장례식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제는 선생님 원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린 것 같아 죄책감이 줄어드는 듯했어요.”

독서 논술 공모전을 기획한 이유를 물었다. “정론은 없이 갈수록 갈등과 혐오만 부추기는 언론의 자화상을 성찰하고 나아가 학계 역시 극단의 대립을 뛰어넘어 좌와 우를 아우를 수 있는 균형과 절제를 복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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