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난 남성이 차 안에서 키스를 하자 남성의 혀 일부를 절단한 여성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경찰은 남성이 강제로 키스를 했다면 무죄라고 판단했다.
3일 부산지방경찰청 등의 말을 들어보면, 이씨는 지난 7월18일 부산의 서면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이튿날인 19일 아침 8시30분께 부산진구 서면의 한 거리에 앉아있던 이씨에게 안씨가 다가왔다. 이씨는 안씨의 차를 탔다. 안씨는 이씨를 차에 태우고 부산 연제구 황령산 등산로로 향했다. 오전 9시30분께 차 안에서 안씨는 이씨한테 키스를 했고, 이씨는 저항하며 그의 혀를 깨물어 혀끝 3㎝가량을 절단했다.
안씨는 곧바로 차를 몰아 근처 광남지구대를 찾아 이씨를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안씨는 경찰에서 “이씨가 차를 타고 드라이브 가자는 말을 받아들였고, 차 안에서도 이씨의 동의를 받아 키스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안씨의 강제추행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고 강간치상 혐의로 안씨를 맞고소했다.
경찰은 3일 “차량 블랙박스와 폐회로텔레비전 등을 확인했더니 안씨의 강제추행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안씨의 강간치상 혐의는 기소의견으로, 이씨의 상해 혐의는 불기소 의견으로 각각 검찰에 넘겼다. 이씨가 저항하며 안씨의 혀를 절단한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씨의 행위가 정당방위를 넘은 과잉방어라고 봤지만, 형법 21조 3항에 따른 면책 행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형법 21조 3항은 “방어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경우라도 그 행위가 야간에 발생했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당황으로 발생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정당방위 심사위원회를 열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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