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7월1일 도지사 취임 2주년을 맞아 ‘직원 소통의 날’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이른바 ‘드루킹 사건’ 관련 1심에서 징역 2년을 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6일 내려진다. 항소심 결과는 ‘정치인 김경수’ 개인의 미래는 물론, 경남도정, 내년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더 나아가 2022년 3월 대통령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항소심 결과는 재판부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실체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렸다. 1심 재판부는 김경수 지사의 지시에 따라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대표인 ‘드루킹’이 킹크랩을 만들어 운영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드루킹 일당과 짜고 킹크랩을 이용해 불법 여론조작을 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이에 대한 대가와 향후 도지사선거 지원을 기대하고 드루킹의 최측근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때문에 항소심에서 김 지사 쪽은 킹크랩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려고 노력했고, 경공모 사무실 ‘산채’ 인근의 닭갈비집 이용 영수증과 닭갈비집 사장의 증언, 김 지사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 킹크랩의 네이버 로그 기록 분석 결과 등으로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킹크랩이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는 기사에 ‘좋아요’라는 댓글을 단 사례도 확인됐다며 전체 글의 30%가 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검 쪽은 역작업 글은 전체의 30%가 아니라 0.7% 정도이며, 이마저도 드루킹이 요구한 오사카 총영사 자리가 거절된 시점에 집중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 지사 쪽은 또 드루킹의 최측근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은 ‘인재 추천’일뿐 혐의 내용과 관계없다고 주장한다.
항소심 결과는 크게 네가지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첫번째는 두가지 혐의 모두 1심처럼 실형이 선고되는 것이다. 김 지사를 기소한 허익범 특검팀은 항소심에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징역 3년6개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등 모두 합쳐 징역 6년을 구형한 상태이다.
두번째는 두가지 혐의 모두 1심을 완전히 뒤집어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다. 김 지사 쪽은 “1심 때는 ‘특검팀이 억지 주장으로 망신주기를 한다’는 생각에 다소 방심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합리적 결론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세번째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는 유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선고되는 것이다. 드루킹 최측근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2017년 말 당시 김 지사는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김 지사 쪽은 당시는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생각을 하지 않은 때였기에, 도지사 선거에 도움을 청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네번째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는 무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유죄가 선고되는 것이다. 이것은 가능성이 가장 희박하다. 두 혐의는 서로 연결된 것으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소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최종결론은 결국 대법원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항소심에서 1심보다 형을 낮추더라도 유죄가 나온다면 김 지사가 받아들일 수 없고, 반대로 구형량보다 낮은 형이 나오거나 무죄가 나온다면 특검팀이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확정판결은 내년 중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김경수 지사 쪽 관계자는 “어차피 최종결과는 대법원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에 항소심 결과가 김 지사의 활동에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깨끗하게 정리하고, 대법원에서 깔끔하게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댓글조작으로 여론을 왜곡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다. 이제 준엄한 심판만 남았다”라며 “재판부는 엄정한 판결로 정의를 회복하고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함상훈)는 6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311호 법정에서 김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1심에서 법정구속됐으나, 보석으로 나와 도지사직을 수행하며 항소심을 받았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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