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제2안민터널 입구에서 발굴된 국내 최대 규모 가야 고분군. 유적지 왼쪽 윗부분에 이미 뚫린 제2안민터널 출입구가 보인다.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제공
경남 창원시 제2안민터널을 건설하는 도중 터널 진출입 도로 예정지에서 발굴된
국내 최대 규모 가야 고분군을 일부라도 현장보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애초 계획은 유적지 전체를 파내고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었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와 가치의 유적이 발굴되면서 보존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석동과 성산구 천선동을 연결하는 제2안민터널 건설사업의 시행청인 부산국토관리청과 석동 쪽 터널 진출입로 구간 문화재 발굴조사 기관인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은 지난 11일 오후 발굴현장에서 학술자문회의와 현장공개설명회를 잇따라 열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인터넷으로 예약한 사람만 참석할 수 있었지만, 이날 설명회엔 진해구민 등 100여명이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 11일 오후 창원 제2안민터널 입구 가야 유적지 현장에서 열린 현장공개설명회에서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관계자가 발굴한 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부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전체 공사의 55%가 진행된 상태로, 터널 구조물 공사는 이미 완료됐다. 전체 공사를 끝내려면, 문화재 발굴작업이 완료된 이후 1년6개월 정도 걸린다. 터널과 진입도로를 연결하려면 발굴현장 일대를 지하 30m까지 모두 파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 발굴조사를 끝내고 유적지 처리방안이 결정돼야 유적지 부분의 공사를 할 수 있는데, 이곳의 문화재 발굴조사 기한은 2022년 4월7일이다. 조사계획을 세울 때는 기한보다 빨리 조사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의 유적이 발굴되면서 기한까지 조사를 완료하는 것도 빠듯한 상황이다. 따라서 터널은 빨라야 2023년 10월에 완공할 수 있다. 또 터널 출입구가 유적지보다 30m 아래에 건설됐기 때문에 유적지를 완전히 파헤쳐, 터널 출입구와 유적지의 높이 차이를 없애야 터널 진입도로를 건설할 수 있는 상황이다. 터널 진출입 도로를 유적지 아래 지하도로로 건설하거나, 공중에 고가도로로 건설하거나, 유적지를 피해 우회시키는 등 유적지를 보존하면서 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 11일 창원 제2안민터널 입구에서 발굴된 가야 유적지 현장공개설명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안내에 따라 유적지를 둘러보고 있다. 최상원 기자
이에 대해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문화재 발굴조사를 먼저 한 뒤 공사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곳에선 터널을 이미 뚫은 뒤에 문화재 발굴조사를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터널 공사의 시급성과 유적 발굴 구간 공사를 못하고 대기하고 있는 시공업체 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 연말 문화재청 전문가검토회의를 열어 우선 발굴된 유적지 만이라도 처리방안을 결정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술자문회의에선 처리방안으로 터널 진출입로 바깥쪽에 옹벽을 세워서 도로가 통과하는 부분의 유적은 파내더라도, 도로 바깥쪽 유적은 현장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여기에 추가해서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을 전시할 전시관 건립도 필요한 것으로 제시됐다”고 덧붙였다.
창원 제2안민터널 입구 가야 유적지에서 발굴된 고분. 지난달 30일 현재 이 유적지에서 782기의 가야 고분이 발굴됐다.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제공
전체 발굴조사 대상지역은 창원시 진해구 석동·자은동 일대 3만2500㎡ 구역이다.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은 이곳을 6개 구역으로 나눠, 터널 출입구에 인접한 1구역과 2구역 2만457㎡ 구역을 먼저 조사하고 있다. 11일 현재 1만7376㎡의 발굴을 완료한 상태로, 올해 연말까지는 1구역과 2구역 발굴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전체 조사가 완료되기 전이라도, 문화재청이 유적지 보존방안을 정한 뒤 1구역과 2구역 공사를 허용하면 터널 완공시점을 2022년 말까지 앞당길 수 있다.
1738억원을 들여 건설하는 제2안민터널은 폭 20m 왕복 4차로 도로로, 전체 길이는 터널 1.96㎞와 접속도로 1.84㎞ 등 3.8㎞이다. 공사는 2016년 시작됐지만, 토지보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문화재 발굴조사는 지난 3월30일에야 시작됐다. 아직 발굴조사가 완료되지 않았는데 삼국시대 가야고분 863기가 발굴되면서 국내 최대 규모 가야 고분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발굴이 완료되면 1천기가량의 고분이 발굴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양한 토기·철기·장신구 등 유물도 이미 5500여점이나 발굴됐다. 현재 고분군만 발굴했고, 조개무지 등 생활유적은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상태라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유물이 발굴될 것인지 관련 학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창원 제2안민터널 입구 가야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 왼쪽부터 오리모양 토기, 1세기 유물로 추정되는 칼 손잡이 장식(검파두식)과 별·구름 등이 새겨진 청동거울(성운문경).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제공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은 “4세기 전반부터 300년가량 이어진 유적인데, 전혀 도굴되지 않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 발굴되고 있다. 특히 가야가 ‘철의 왕국’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집게·도끼·화살촉·큰칼 등 철기 유물이 1800여점이나 나왔다. 또 오리모양 토기 등 당시 여러 지역의 토기가 나왔다. 심지어 1세기 유물로 추정되는 별과 구름을 새긴 청동거울(성운문경), 칼 손잡이 장식(검파두식)도 발굴됐다”고 설명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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