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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우선’ 말뿐이었나, 포스코 한달만에 협력업체 노동자 또 숨져

등록 2021-02-08 13:56수정 2021-02-09 02:43

포항제철소 이동장비 정비 중 35살 노동자 끼임 사망
경북 포항시 남구에 있는 포항제철소. 포스코 제공
경북 포항시 남구에 있는 포항제철소. 포스코 제공

포스코에서 또 협력업체 노동자가 숨졌다. 이번에는 서른다섯살 청년이었다. 최근 두달 새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노동자 2명이, 광양제철소에서 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8일 오전 9시34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협력업체 직원 ㄱ씨가 기계에 몸이 끼었다. ㄱ씨는 병원에 옮겨졌지만 오전 11시께 숨졌다. ㄱ씨는 철광석 등 원료를 옮기는 언로더의 컨베이어벨트 설비를 교체하는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언로더가 작동하면서 사고를 당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은 포항제철소에서 현장감식을 벌이고, 포스코와 협력업체, 함께 일했던 협력업체 직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9일 합동 정밀감식을 한 뒤 과실 여부가 드러나면 관계자들을 형사처벌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에서는 거의 다달이 노동자 사망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2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제1고로 부근 산소 배관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포스코 직원 1명과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숨졌다. 지난해 12월9일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철광석 가공공정 집진기(먼지와 불순물을 흡입해 외부로 배출하는 설비) 배관 보강공사를 하던 협력업체 직원 ㄴ(62)씨가 5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애초 이 사건은 부식된 철판이 파손되며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용노동부 현장조사 결과 사고 당시 집진기가 가동되고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포스코는 관계기관으로부터 여러차례 안전 위반 사항을 지적받고 있다. 대구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지난해 12월17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포항제철소 사업장 전반의 안전보건조치를 감독한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331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4일 신년사에서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중점 방향 첫째로 안전을 꼽은 데 이어, 지난달 7~8일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잇따라 방문한 자리에서도 “안전을 최우선 핵심가치로 철저히 실행해 재해 없는 행복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공허한 다짐이 됐다.

한대정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비상대책위원은 “최 회장이 올해 들어 안전을 강조했지만 불과 한달 만에 또 노동자가 숨졌다. 과연 그가 진정성이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며 “언론 플레이만 한 뒤 시간 지나면 잊힐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노동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상습 산재 일터’ 이미지가 굳어진 포스코는 결국 엘지(LG)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 등과 함께 오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여는 ‘산재 청문회’ 자리에 불려 나가게 됐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됐는데도 계속 산재가 발생하고 있다”며 “청문회를 열어 산재 원인과 실질적 대책,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을 짚어보는 등 구조적으로 접근하자는 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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