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의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한 단원 김홍도의 작품. 최근 서당의 좋은 이미지를 악용해 불법·편법 학원 영업을 하는 서당들이 넘쳐나고 있다.
‘서당’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특수한 형태의 교육시설에서 폭력·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청과 경찰이 조사에 나섰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선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경남경찰청은 “최근 경남 하동군의 서당에서 잇따라 폭력·학대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이들 사건을 조사하는 것과 동시에 하동군 전체 서당의 등록·신고 사항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교육청도 “최근 사건이 발생한 서당에 대해 교습정지 1년의 행정처분을 했으며, 서당에 거주하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폭력 피해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당’은 사설 학원 시설로, 인성·예절 교육을 중점적으로 한다고 내세우며 전국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방학을 이용해 단기간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있지만, 대부분의 서당은 장기간 머물 학생들을 받기 위해 기숙사 형태의 숙식시설을 갖추고 있다. 학부모들이 시골 대안학교로 여겨 자녀를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학내폭력 관련 등 학교생활에 문제를 일으킨 일부 학생도 서당에 온다. 학생은 서당에 살면서 서당 인근 학교에 다닌다.
2013년 경남도교육청 하동교육지원청은 2004년 2월부터 숙박시설을 갖추고 학생들에게 인성·예절 교육을 하면서도 학원 등록을 하지 않은 한 서당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하고 있다. 2017년 2월9일 대법원은 “학교 교육과정을 교습하지 않더라도 학생을 대상으로 지식·기술·예능을 교습하면 학원법상 등록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며 최종적으로 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는 개인사업자가 학원 등록을 하지 않아도 서당을 운영할 수 있었으나,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엔 학원 등록을 하고 시설 등 학원법상 규정에 맞춰야 서당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서당이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거나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조사 결과를 보면, 경남 하동군에만 서당 14곳이 있다. 이 가운데 학원 등록을 한 서당은 1곳뿐이고, 5곳은 개인과외교습소, 3곳은 청소년수련시설로 신고해 편법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5곳은 등록이나 신고를 하지 않은 미인가시설이다. 게다가 등록이나 신고를 한 서당조차도 학생들이 먹고자는 시설을 서당과 별개의 집단거주시설 등으로 신고해, 교육청의 관리를 피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당에서 폭력·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체벌을 교육 방법으로 활용하는 서당도 있고, 일부는 부모들에게 체벌 동의서를 받다가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결국 2016년엔 학생들을 폭행한 한 서당 운영자가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2018년 5월엔 하동의 한 서당에서 여학생 1명이 같은 서당의 남학생 2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경남도교육청은 이 서당에 교습중지 1년 처분을 하고, 하동지역 전체 서당을 지도점검했다.
하지만 1회성 반짝 단속이었을 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해 2월 하동의 한 서당 기숙사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밤마다 집단 폭행·학대 사건이 발생했고, 결국 피해학생은 서당을 나왔다.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가해 학생 2명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했다. 지난달에도 하동의 한 서당에서 집단폭행 사건이 발생해, 하동군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가해학생들에게 서면사과·접촉금지·사회봉사·출석정지 등의 조처를 내렸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서당은 형식적으로 집단수련시설이면서 내용상으로는 학원과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이들의 인성교육, 심성교육을 하는 것처럼 잘못 포장돼 있다. 서당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왜곡된 포장을 벗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를 지휘하는 경남경찰청 관계자도 “서당이라는 좋은 이미지를 악용한 영업은 막아야 한다. 관련법을 정비해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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