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살 방치해 숨지게 한 친언니, 첫 재판서 “혐의 다 인정”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 아동·보육수당 부정 수령 혐의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9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미 여아 사망 사건 피의자 김아무개(22)씨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e-mail]

경북 구미에서 세살 여자아이를 빈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언니가 첫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이윤호)는 9일 오후 2시50분 김천지원 1호 법정에서 구미 여아 사망 사건 피의자 김아무개(22)씨 첫 재판을 열었다. 김씨는 지난해 8월부터 딸인 줄 알고 키워온 3살 여아를 6개월 동안 빈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로 지난달 10일 기소됐다. 또 이후 아동수당과 보육수당을 부정 수령한 혐의(아동수당법·영유아보육법 위반)로 받고 있다.

연녹색 수의에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나온 김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김씨 변호인은 “공소사실 전체 다 인정하시는 거냐”는 판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김씨는 국민참여재판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김씨 변호인은 “정상 참작을 위해 가족의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김씨 쪽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첫 재판은 이날 7분 만에 끝났다.

이날 법정 밖에서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엄한 처벌을 촉구했다. 김씨의 아버지이자 여아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구속된 석아무개(48)씨의 남편은 이날 법정 밖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석씨의 남편은 취재진에게 “지금 당신들이 (기사를) 쓴 것 중 맞는 게 뭐가 있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우리 집사람은 애를 안 낳았다. 나와 있는데 어떻게…”라며 아내의 출산 자체를 여전히 부정했다.

김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7일 오후 3시 김천지원에서 열린다.

지난 2월9일 김씨의 어머니 석씨는 김씨가 살던 구미 다가구주택에 여아가 숨진 것을 처음 발견했다. 석씨는 애초 숨진 여아의 주검을 버리려다가 두려움에 실행하지 못했고, 이튿날 경찰에 신고했다. 애초 숨진 여아의 어머니는 김씨로 알려졌지만, 이후 유전자 검사에서 석씨가 친모임이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와 석씨가 2018년 비슷한 시기에 여아를 낳았고, 석씨가 몰래 두 아이를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석씨는 이런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석씨 출산 사실을 명확히 증명해내지 못한 상태이고, 사라진 아이 소재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