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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이름에 ‘노동’은 안 된다는 구미시의회

등록 2021-04-21 18:12수정 2021-04-22 02:02

구미시, 경제기획국→경제노동국 개편 추진
구미시의회 ‘노동’ 단어 등 문제 삼으며 부결
지난 14일 경북 구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제24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구미시의회 제공
지난 14일 경북 구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제24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구미시의회 제공

경북 구미시가 ‘경제기획국’을 ‘경제노동국’으로 바꾸는 등 조직개편을 하려다가 구미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이 ‘노동’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보이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21일 시와 시의회 설명을 종합하면, 시의회는 지난 14일 본회의를 열어 시가 발의한 ‘구미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시의원 22명 가운데 20명이 참여한 당시 표결에서 12명이 반대했고, 7명은 찬성, 1명은 기권했다. 구미시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13명, 더불어민주당 6명, 열린민주당 1명, 무소속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시는 경제기획국, 도시환경국, 건설교통국을 각각 경제노동국, 도시건설국, 환경교통국으로 바꾸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지난달 17~22일 입법예고했다. 스마트산단과, 체육시설관리과, 환경관리과 등을 새로 만드는 내용도 포함됐다.

시는 지난 8~14일 열린 제248회 시의회 임시회에 이 조례안을 냈지만, 경제노동국의 ‘노동’이란 단어가 문제가 됐다. 12일 시의회 임시회 기획행정위 회의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윤정호 의원(국민의힘)은 “우리가 보통 옛날에 일을 힘들게 할 때 ‘노동을 한다’, ‘막노동이다’ 이런 표현을 많이 썼다. 몸으로 하는 일을 벗어나려고 많은 사람이 공부를 하게 되고, 펜을 잡게 되고, 사무실 일을 하고 싶어 했다. 육체에다 우리 지혜, 생각을 보태서 일을 하다 보니까 ‘근로자’라는 명칭을 좋게 써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담당 시 공무원은 “다른 지자체도 검토했는데 기구표에 ‘근로자’라는 말을 쓰는 데가 없고, 어감이 좀 그렇다. ‘노동’이라는 단어에 광범위한 뜻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노동’보다는 ‘근로’라고 하는 게 듣기에도 (좋고), 아직까지는 (근로를) 유지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반발했다. 신문식 의원(열린민주당)은 “‘근로’는 부지런할 ‘근’ 자에 일할 ‘노’ 자다. 부지런히 일하라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근로자’보다는 ‘노동자’라는 말이 더 맞다”고 반박했다. 홍난이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들은 ‘근로자’라는 말을 싫어한다. ‘근로자’라는 80년대 단어를 꺼내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니냐. 시대의 트렌드를 못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의견이 다른 것뿐인데 이를 잘못됐다고 하면 회의를 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강승수 의원(국민의힘)은 “‘경제노동국’ 대신 ‘경제지원국’을 하면 좋지 않겠냐”며 수정안을 내놨다. 결국 기획행정위는 원안(경제노동국)과 수정안(경제지원국)을 놓고 표결을 했지만, 모두 찬반이 5명씩 나와 부결됐다. 이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요구로 이 조례안은 본회의에 다시 올라갔지만, 결국 부결됐다.

민주당 소속 장세용 시장이 이끄는 구미시는 조직개편을 밀어붙일 태세다. 시는 16~21일 부결된 조례안을 그대로 다시 입법예고했다. 동일한 회기가 아니면 부결된 조례안을 다시 의회에 발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입법예고를 통해 주민 의견을 다시 수렴한 뒤 조례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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