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때 “꼬우면 우리 회사(한국토지주택공사)로 이직하든가”라는 조롱성 댓글 작성자에 대한 경찰 수사가 답보상태다.
경남경찰청은 4일 수사상황 브리핑에서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용의선상에 올린 인물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9일 밤 10시50분께 미국에 본사를 둔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Blind)의 익명게시판에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이 쓴 것처럼 되어 있는 글을 증권회사 직원이 캡처해서 다시 올린 것이었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니들이 암만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라고 적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국토지주택공사 조롱글.
이 글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한국토지주택공사는 3월14일 명예훼손·신용훼손·모욕 등 혐의로 글쓴이를 고발했고, 다음날인 3월15일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블라인드 미국 본사에 압수수색영장을 전자우편으로 2차례 보내 글쓴이의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한국 사무소를 1차례 압수수색했다. 또 국내 관련 업체 2곳과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블라인드 미국 본사는 “글쓴이의 정보가 보관돼 있지 않다”며 협조를 거절했다.
김용일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아직은 추적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태이지만, 확보한 수십만건의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고발건의 수사기간은 통상적으로 3개월인데, 시한이 남아있으니 기다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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