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 작고 찬란한 현미경 속 우주
김준 지음/웅진지식하우스·1만4800원
예쁜꼬마선충은 투명한 몸에 길이가 1㎜ 정도 되는 긴 모양의 벌레다. 고작 300여 개의 신경세포만을 가지고 있는데도 빛을 감지할 뿐 아니라 냄새도 맡고 주변 천적도 알아채서 도망칠 줄 안다. 더 놀라운 점은 인간과 70~80%가량 유전자가 동일하단 점이다. 덕분에 인간을 상대로 할 수 없는 다양한 실험을 이 선충을 이용해 할 수 있다. 이름과 달리 딱히 예쁘다고 할 구석이 있진 않다.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에서 주되게 말하는 ‘쓸모없는 것’은 예쁜꼬마선충을 말한다. 지은이는 이 선충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저명한 국제 학술지 표지 논문까지 낸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박사후연구원이다. 연구에 유용한 선충이지만 쓸모없는 것 취급을 받기가 일쑤인 모양인데,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은 그럴 수 있다 쳐도 과학계에서조차 그렇다고 한다.
주된 이유는 ‘단기의 경제적 유익’이란다. “그런 연구에 큰 돈을 써서 뭘 얻을 수 있나요?” 이런 반문에 연구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몇 년을 보내고 나면, 그 사이에 다른 나라에서 먼저 좋은 연구 성과를 내버린다. 뒤늦게 “이게 되네?”라며 투자하려고 하면 이미 늦은 뒤다.
쓸모없는 취급을 받는 것은 선충 외에도 많다. 연구의 가장 치열한 현장에서 뛰고 있는 대학원생도 자신을 종종 그렇게 느낀다는 점은 슬픈 일이다. 저자는 “대학원생을 헐값에 굴리며 연구할 수 있었던 덕분에 한국 과학은 (…) 빠르게 성장했고, 역설적이게도 그 성공이 지금처럼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막다른 길로 이어지게 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한다. 연구도 연구자도 당장 쓸모가 아닌 미래를 내다봐야 할 시점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