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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세상 끝의 서커스

등록 2021-07-02 04:59수정 2021-07-02 09:32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
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 김주경 옮김/북레시피·1만3000원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는 한국계 혼혈 작가인 엘리자 수아 뒤사팽(사진)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뒤사팽은 1992년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살고 있는데, 작품은 프랑스어로 쓴다. 그의 첫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2016)은 스위스 문학상인 로베르트 발저 상과 프랑스어로 쓰인 첫 소설에 주는 레진 드포르주 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일본에 정착한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다룬 <파친코 구슬>(2018)에 이어지는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안 바’라는 서커스를 연습하는 삼인조와 그들의 공연 의상 제작을 의뢰받아 임시로 합류한 스물두 살 여성 나탈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끄트머리라는 지리적 위치 그리고 사양길에 접어든 서커스가 풍기는 쇠락의 느낌이 뒤사팽 특유의 우수 어린 분위기를 자아낸다. 

‘러시안 바’는 마주 보는 두 사람이 어깨에 걸친 기다란 막대기 위에서 한 사람이 도약을 하거나 공중제비를 도는 기예. 나탈리와 동갑으로 트램펄린 챔피언 출신인 우크라이나 여성 안나와 60대 러시아 남자 안톤, 독일 출신 청년 니노 세 사람은 국제 서커스 경연대회에 대비해 공연을 하는 틈틈이 3회전 공중제비 연속 4회를 맹연습 중이다. 연인과 헤어진데다 몇 달 간 일정에 공백이 생긴 의상 디자이너 나탈리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서커스 공연 의상 만들기에 도전하고자 낯선 땅 블라디보스토크로 오고, 퀘벡 출신 공연 연출가인 레옹까지 합쳐 다섯 사람이 한 팀을 이룬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출발지인 동시에 도착지이고, 한국에서는 아주 가까운 도시이자 스위스에서는 너무나 먼 도시이며, 유럽과 연결된 유일한 도시이다. 바로 이 혼란스러움에 대한 도취가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 줄거리를 구상하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

한국어판에 쓴 작가의 말대로 이 소설에는 블라디보스토크라는 도시의 복합적이고 혼란스러운 특성이 적절하게 스며들어 있다. 주인공들의 다양한 출신과 국적, 그들의 이질적인 배경만큼이나 제각각인 상처와 회한, 그럼에도 다양한 피부색을 지닌 이들이 어울려 사는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처럼 차이와 이질감을 버무려 하나의 작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사랑스럽게 묘사된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탈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서커스에서, 결과야 어떻게 되든 우린 집념을 갖고 함께 노력했으니까요.”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북레시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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