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 1921~2021: 혁명에서 ‘신시대’로
이희옥·백승욱 엮음/책과함께·1만8000원
1921년 7월 중국 상하이에서 단 50여명의 당원으로 출발한 중국공산당은 올해 7월1일 창당 100년을 맞았다. 지난 100년 동안 중국공산당은 단일정당으로서는 유례를 찾기 어렵게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일관되게 지배해왔으며, 이젠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인 미국과 체제경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하는 데 이르렀다.
<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 1921~2021>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에 맞춰 각자의 분야에서 깊이 중국을 연구해온 한국 학자들이 쓴 글들을 엮은 책이다. 안치영(인천대), 하남석(서울시립대), 서봉교(동덕여대), 장영석(성공회대), 강수정(조선대), 장윤미(동서대), 임춘성(목포대), 김미란(성공회대) 등이 중국공산당과 관련한 정치사, 이론적 논쟁과 노선 투쟁, 경제방침, 사회 및 노동자계급과의 관계, 외교정책, 문예정책, 젠더 문제 등을 짚었다. 이희옥(성균관대)은 중국공산당 100년을 개괄하는 한편 앞으로 100년을 전망하는 내용의 프롤로그로 문을 열고, 백승욱(중앙대)은 현재 중국공산당이 내걸고 있는 ‘신시대’가 과연 어떤 역사를 다시 쓰고자 하는지 따져묻는 에필로그로 문을 닫는다.
중국공산당 100년은 대체로 혁명기, 사회주의 건설기, 개혁개방기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지금은 시진핑 총서기(국가 주석) 체제가 주도하는 ‘신시대’가 진행 중이다. 혁명으로 중국을 일으켜세운 중국공산당은 지난 100년 동안 사회주의 체제 건설, 개혁개방에 따른 발전 등 끊임없이 궤도를 수정하며 역사적 실험을 거듭해왔고, 이제는 자신만의 모델에 따라 ‘강대국’이 되겠다며 앞으로의 100년을 기약하고 있다. 2017년 제19차 당대회에서 강조한 ‘두 개의 백년’ 프로젝트는 이런 역사 서술을 본격적으로 제시하고 강화한 분기점으로 꼽힌다. 창당 100년(2021년) 즈음 중국적인 중진국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전면적 소강(小康)사회’를 완성하고, 건국 100년(2049년) 즈음엔 선진국 개념인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연설하는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7월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중국 베이징 시내에 설치된 상징물 앞에서 지난 6월23일 노인 당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글쓴이들마다 나름의 주제와 논점에 따라 강조점이 다르긴 하지만, 지난 100년 동안 중국공산당이 혁명-건설-개혁개방을 거쳐온 노정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해설이 일치한다. 다만 이런 역사적 노정이 어떤 배경으로 전개됐고 무엇을 남겼는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신시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을 두고선 다양하고 복합적인 논의가 전개된다. 근본적으로 중국은 근대에 대한 ‘적응’(발전)과 ‘극복’(혁명)을 이중으로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점(하남석이 인용한 백영서의 ‘이중과제’론)에서 발생하는 온갖 모순들을 끌어안아야 했다. 한마디로 중국공산당 100년은 “보편과 특수, 혁명과 건설, 지양과 계승의 길항 관계 속에서 역사적 실험”(이희옥)을 해온 시간이다. 이 때문에 이희옥은 프롤로그에서 중국공산당 100년에 대해 “‘중국특색’을 강조하고, 국가주의와 성장주의를 결합한 부국강병의 역사로 환원하며, 이를 새로운 100년의 역사적 출발로 삼는 시진핑 ‘신시대’의 역사 다시 쓰기”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단순하지만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강대국이 된 중국에서도 대중들은 갈수록 강화되기만 하는 ‘당-국가’ 체제를 그대로 받아들일까? 혁명당으로 출발했던 중국공산당이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끝내 집정당(집권 정당)으로 자리를 굳힐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추진한 경제성장이 중국 대중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익”(이희옥)에 부합해왔기 때문이다. 서봉교는 중국공산당이 1980년대 초부터 경제성장을 위한 시장경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다면, 1989년 톈안먼 광장에서는 당시 도미노처럼 무너졌던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과 같이 ‘공산주의 독재정권 타도’ 구호가 나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공산당은 자본주의 선진국들과 달리 국민들에게 자유권과 정치권을 허용하지 않는 대신에 대중의 경제적 지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성과로 이를 보충하는 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안치영은 개혁개방이 오늘날 경제대국에 이르는 발전을 가능하게 했지만, 전통적 사회주의 체제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생활정치 또는 일상으로부터 정치”를 후퇴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중국 인민들은 경제 문제나 일상의 문제에 대한 결정에서 더 이상 정치적 올바름의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없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하남석은 전통적으로 중국공산당 내에서 활발했던 이론적 논쟁과 노선 투쟁이 개혁개방 이후 당 밖 지식인들의 논쟁으로 대체되고, 시진핑 시대에는 그마저도 드물어져버린 맥락을 짚었다. 이를 대체하고 있는 것은 갈수록 촘촘해지는 당-국가의 ‘관리’다. 장영석은 시진핑 체제가 당-국가와 사회의 ‘공건·공치·공향’을 내세우고 ‘거버넌스’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 실체는 당-국가가 격자 단위로 주민들의 일상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공산당이 발전시키고자 하는 사회는 결국 중국공산당의 수요에 호응하는 사회이고, 그 수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간주되는 사회는 배제되거나 감시와 억압의 대상이 된다.”
과거 혁명당이었던 현재의 집정당에게는 과거를 어떻게 포장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주어지는데, 국가주의와 성장주의를 결합한 부국강병은 언제나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답안이다. 에필로그를 맡은 백승욱은 ‘신시대’ 중국이 자신의 경험을 더 넓게 확장하지 못하고 “일국적인 틀에서 중국 경험의 예외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 허자오톈은 ‘신시대’를 선언한 제19차 당대회 정치보고를 분석해본 뒤, 이전까지는 뒤쪽에 놓여 있던 ‘투쟁’이란 말이 전면에 부각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백승욱은 이를 인용하며 “‘신시대’의 함의는 지난 100년의 역사를 ‘혁명사’로서가 아니라 ‘투쟁사’로 재정의하는 것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며, 이때 ‘투쟁사’는 경쟁적인 세계질서에서 한 세기에 걸친 ‘중화민족의 굴기의 투쟁사’일 것”이라고 짚었다. 또 “한국에서 중국공산당 100년사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하는 의미는, 우리가 함께 위치한 동아시아 그리고 세계의 범위 내에서 근대의 의미와 위기에 대해서 고민하는 중요한 자원을 재발굴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내걸린 마오쩌둥 초대 주석의 대형 초상화 앞에서 군악대가 행사에 앞서 리허설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