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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장한 지음/필요한책·1만5000원 격차의 시대, 화두는 공정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공정을 외치지만, 빈곤을 직시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먹고 입을 것이 넘쳐나는 과잉 생산, 과잉 소비의 시대에도 여전히 빈곤은 곳곳에 숨어 있고 외면 당하며 찌푸린 시선을 받는다. <누가 빈곤의 도시를 만드는가>는 빈곤에 뛰어들어 근거리에서 마주하며 연구한 결과물이다. 연구자 탁장한은 두려움과 기대감을 품고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가 산다. “신분제도 노예제도 사라”졌지만 “정치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착취당하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현대 사회의 쪽방촌은 (…) 항상 궁핍하다. 그러면 그럴수록 (…) 빈민들이 끈질기게 꽃피워 내는 삶의 모습은 짓궂은 듯 처연하고 또한 강인하며 때로는 비장하기까지 한 소박한 아름다움이다. (…) 존경하는 시지프들로 가득한, 이 거룩한 쪽방촌을 난 아직 떠날 수 없다.” 이 책은 2015년 동자동 9-20 건물주의 퇴거 요구에 맞서 쪽방촌 사람들이 연대하여 저항한 역사를 재조명하고, 빈민 주거의 대안으로 제시된 영구임대아파트 정책을 검토한다. 또한 쪽방촌을 바라보는 이론적 시선과 언론 보도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동정과 혐오에 가려진 빈곤 도시의 실체를 탐색해나간다. 언론 보도 분석은 <한겨레>와 <조선일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언론 종사자는 물론 언론 소비자들에게 적잖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기존 연구 논문에 바탕한 까닭인지 대중서에 맞춤한 문법을 갖추지는 않았으나, 탁장한의 연구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회와 소통하게 될지 궁금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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