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슬 글·사진/궁리·1만2000원 “아직 초보와 숙련 사이 어딘가에 있지만, 기술자를 향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 청년 도배사입니다.” 지은이의 첫인사가 깨끗하게 도배된 집으로 들어설 때처럼 산뜻한 인상을 준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취업했다가 그만둔 뒤 도배 일을 시작한 지은이는 2년 가까운 시간 동안의 경험을 <청년 도배사 이야기>에 진솔하게 담아냈다. ‘여성’ ‘청년’ ‘도배사’라는 조합이 흥미를 돋우는데, 책은 이런 가벼운 눈길이 미안할 만큼 ‘도배사’라는 직업을 통해 ‘먹고사는 일’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나아간다. 지은이는 다른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고 “나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않는 벽지를 바라보며 시간과의 싸움을 하면 되는 일”이기에 이 직업을 선택해 낯선 길로 들어선다. 도배사로서 현장에서 느낀 애로와 타인의 시선 등을 이야기하면서 지은이는 과장하지 않는다. 현실을 분명하게 직시하면서 자신의 기준을 세우며 단련되어간다. 까마득한 천장을 수없이 올려다보고, 특성이 다른 벽지들과 씨름하며 일하는 과정은 고되어 보이지만 ‘청년 도배사’의 목소리는 어둡지 않다. 타고난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기술을 꾸준히 연마하는 다른 도배사를 보며 배우는 성실함, 번거로운 ‘하자 보수’를 하며 다지는 책임감, 동료와 경쟁이 아니라 각자 노력해서 실력을 키우고 좋은 방법을 공유하며 협력하고자 하는 마음가짐 등이 긍정의 여운을 남기며 독자에게 각자의 직업을 대하는 자세를 곱씹어보게 한다. 반복되는 일상을 극복하며 자신의 일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오롯이 빚어낸 순정한 단상들이 반짝이는 책이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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