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 샤론·사얀타니 다스굽타 등 지음, 김준혁 옮김/동아시아·2만5000원 “의료인과 환자가 문학을 진지하게 읽으면, 우리의 의료는 더 좋아질 것이다.” 김준혁 연세대 치대 교수는 <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를 우리말로 옮기고 이 두툼한 책을 이렇게 한 줄로 요약했다. 문학과 의료라니, 의사의 고압적 태도를 쉽게 떠올리는 이 나라에서 병을 고치는 일과 문학 또는 독서를 연결해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환자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할 리도 없다.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서사의학은 의료인문학의 한 분과로 1990년대에 시작된 최신 학문이다. 의료윤리와 의료인문학을 가르치는 역자 김준혁 교수는 올 초 <아픔은 치료했지만 흉터는 남았습니다>(계단)를 직접 펴내기도 했다. <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서사의학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교수 8명이 함께 지었다. 의학 전공자와 문학·글쓰기 연구자가 섞여 있다. 미국에서 서사의학은 “문학 연구자, 철학자, 사회과학자, 의사, 간호사, 치료사, 소설가, 시각예술가의 진정한 연합을 가져왔”다. 이를 통해 “질환을 다루고 회복을 지지하며 건강을 되돌리려는 모든 일을 가리키는” 의학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도스토옙스키와 바흐친 등을 사례로 문학을 통한 관계성을 탐구하고 교육이론과 창의적 글쓰기를 다루는 등 책은 다소 이론적이지만, 서사의학을 의료에 적용하고 실제 교육에 활용하는 흥미로운 사례가 숨쉴 구멍을 마련해뒀다. 책 말미에 김준혁 교수가 쓴 보론 ‘서사의학의 확장: 의사-해석자 만들기’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독서에 큰 도움이 된다. 한국 의사들의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도울 책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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