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트 러셀 지음, 이한음 옮김/김영사·2만2000원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 이야기는 식상할 법도 하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은 2016년부터 기계가 바둑조차 정복했다면 다른 일은 못하겠느냐는 두려움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지 오래다. 고 스티브 호킹 박사를 비롯한 유명인의 동참은 그런 공포의 뒷받침이 되었다. 스튜어트 러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컴퓨터과학 교수가 쓴 <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는 그 두려움의 연장선에 있지만, 식상하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지은이가 인공지능 분야에 정통한 석학이란 점이다. 실제 인공지능 전문가가 직접 입을 연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호킹 박사도 천체물리학자였고, 자주 언급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물리학 박사 중퇴)나 닉 보스트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철학) 등도 사실 인공지능 컴퓨터과학에 있어선 외부인이다. 스튜어트 교수는 인공지능 분야 교과서로 널리 쓰이는 <인공지능>을 쓴 전문가다. 둘째, 이 책은 ‘터미네이터’식의 어두운 미래냐 아니냐 한쪽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양쪽 논의를 두루 살핀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양쪽의 논리와 허점을 풀어 쓰고 있기 때문에 논쟁을 이해하기에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끝으로 러셀 교수가 이 문제에 대한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법까지 제시한다는 점도 중요한 차별점이다. 그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컴퓨터의 등장이 결코 간과해선 안 될 다가오는 중요 문제임을 명확히 하면서 파국을 막기 위해 지금 이뤄지고 있는 인공지능 설계의 방식을 새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기존 ‘표준 모델’에서 기계가 인간의 모호한 선호를 추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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