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입니다. 안에만 있자니 이래저래 집중력 떨어지고, 밖으로 나가자니 쏟아지는 땀은 스윽 닦아낸다 쳐도 코로나19가 무적의 괴물처럼 버텨 섰습니다. ‘4단계 조처’로 집에 박혀 책장 들추는 와중에, 에어컨 바람 살랑대고 커피 내음 향긋할 고즈넉한 카페 생각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려운 책 여러 권이라도 술술 독파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감염병이 유행하지 않고 폭염 기승인 여름이 아니어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립무원의 상황은 늘 있습니다. 짜장이냐 짬뽕이냐가 죽느냐 사느냐는 아니어도, 그것이 문제라는 한량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진정 생존의 딜레마에 고통하며 사즉생의 각오로 살아가는 이들 앞에서 ‘재택양난’은 살 오르고 배부르는 소리입니다. 더위로 죽고, 코로나로 죽고, 4단계로 죽어나가는 이들이 우리 곁에 실재합니다. 바이러스를 잡자니 어려운 이들이 더 어려워지고, 이들을 살리자니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죽이려 듭니다. 방역이냐 경제냐, 선택해야겠죠. 둘 모두를 위해 최대한 합리적으로, 또한 신속하게요. 외출이든 여행이든 모두 내려놓고 책과 컴퓨터와 책상 앞에 자세를 고쳐 앉은 이유입니다.
‘책&생각’은 이번 호가 마지막입니다. 한국 일간지 중 유일무이한 책 섹션이자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책&생각’은 지금껏 ‘디지털 시대, 종합일간지, 책 섹션’이라는 복합 딜레마 속을 유영해왔습니다. 결론은, 섹션 폐지와 토요판으로의 통합 및 판형 변경으로 도출되었습니다. 디지털 사면초가에 맞서 살아남아야 하는 레거시 미디어 종이신문에서 종이로 된 책을 다루는 매체의 갈 길은, 무척 고요하지만 험난합니다. 기를 쓰고 애를 써서 무엇이든 도모하여 바꾸고 고쳐야 하겠지요. 종이신문을 애호하는 ‘동지’들께서는 ‘책&생각’ 이후의 면모를 다음주 토요일 아침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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