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이래 50여년 만에 한국에서 우리말로 낸 첫 번째 단독저서여서 정말 기쁩니다. 책의 주요배경이고 열독자들이 많았던 북한에도 기회가 되는대로 책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평화학’ 주창자이자 ‘북-미 평화 설계자’를 자처해온 박한식(82)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지난주 전화로 <평화에 미치다-박한식 회고록>(삼인 펴냄·사진) 출간의 소회를 전했다. 2019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한겨레> ‘길을 찾아서’에 격주로 연재한 글을 같은 제목으로 엮었다. 지난 2018년에 나온 <선을 넘어 생각한다>는 구술 대담집이다.
‘중국(하얼빈)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까지 살다가 한국으로 넘어오고, 또 20대 중반에 미국으로 건너가 내내 살아온 재외동포 학자로서, 남과 북을 비교적 자유로이 왕래하며 각각의 사회체제와 문화적 배경을 객관적으로 통찰하고 미국이라는 강대국에서 한반도 평화를 일궈가는 데 앞장서온 박한식. 그의 삶과 학문의 여정을 담은 <평화에 미치다>를 읽는 것은, 우리가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내다보며 이 땅과 우리 개개인의 평화에 대한 열린 토론의 장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학자의 존재 이유는 우리 시대의 가장 고통스러운 현실의 문제를 학문적으로 설명하는 것,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꾸준히 안내하는 것에 있다고 박한식은 누차 강조한다. <평화에 미치다>는 진정한 평화와 통일을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길을, 말과 글을 넘어 삶으로 보여준 한 학자의 감동적인 초상을 만나게 한다.’
연재 때부터 열독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써준 책 추천사다. 실제로 책은 중일전쟁의 참상을 겪으며 ‘평화에 미친’ 유년기부터 한국전쟁과 4·19혁명을 거쳐 ‘통일될 때까지 돌아오지 말라’는 부친의 유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박 교수가 1970년부터 조지아대학 국제관계학과와 국제문제연구소(GLOBIS)를 중심으로 45년간 강의하며 ‘평화학’을 일궈 ‘간디·킹·이케다 평화상’을 받기까지 역정을 모두 4장으로 정리했다. 특히 박 교수는 1981년 재미 학자들과 함께 평양 땅을 처음 밟은 이래 50여 차례 오가며 직접 관찰한 북한 사회의 실상과 주체사상, 이산가족 상봉 주선 등을 담은 3장 ‘조선을 이해하는 길’과 마지막 장 ‘우리의 평화, 우리의 통일’이 널리 익히기를 바랐다.
“책에서도 이미 밝혔듯이, 분단 75년을 넘도록 풀지 못하고 있는 남북갈등·남남갈등·북미갈등의 해법을 탐색하면서 진정한 평화와 한반도 통일의 길을 여는 데 여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작정입니다.”
박 교수는 지난해 <한겨레> 연재를 계기로 미주 동포들이 개설한 온라인 강의 모임 ‘박한식사랑방’(https://us02web.zoom.us/j/97914135136)과 누리집(www.hsparksarangbang.com)을 통해 매월 한국은 물론 중국·독일·오스트레일리아 등 전 세계 동포들과 만나고 있다. 오늘 8월 중순께 온라인 출판기념회도 준비 중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삼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