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크리트의 섬 J. G. 밸러드 지음, 조호근 옮김/현대문학·1만4000원
현대문학/1만4000원 영국 작가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1930~2009)의 소설 <콘크리트의 섬>(1974)은 대니얼 디포의 고전 <로빈슨 크루소>의 현대 도시 버전으로 일컬어진다. 주인공인 메이틀랜드가 “로빈슨 크루소처럼 홀로 남았구나”라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메이틀랜드는 런던 중심부 웨스트웨이 입체교차로의 고속 출구 차선으로 차를 몰아 달리다가 가드레일을 뚫고 30미터 아래 경사면으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그가 착륙한 곳은 일종의 교통섬. “세 갈래 고속도로가 모이는 교차점의 황무지에 저절로 생겨난, 약 200미터 길이의 얼추 삼각형 형태인 땅 조각이었다.” 메이틀랜드에게는 이곳이 크루소의 무인도가 된다. 이곳은 물론 망망대해의 외딴 섬과는 다르다. 수많은 차량들이 눈앞을 쌩쌩 내달리고 런던 시가지가 가까이 보이는, 도시의 일부다. 그러나 높은 경사면과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이 공간에서 몇 차례 탈출 시도를 해 보다가 부상만 입은 채 실패하자 메이틀랜드는 자신을 무인도의 크루소와 같은 처지로 간주하고, 제가 있는 땅을 ‘섬’이라 부른다. 아예 “나는 섬이로다”라고 선언하기도 한다.

도시의 교통섬. 게이티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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