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전의 주인공: 굿의 마지막 거리에서 만난 사회적 약자들 황루시 지음/지식의날개·1만7000원
황루시 지음/지식의날개·1만7000원 흔히 ‘뒷전’이란 말은 중요하지 않은 일을 나중으로 미뤄놓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무속에서도 뒷전은 무당이 가장 마지막에 하는 굿을 가리킨다. 몇날 며칠에 걸쳐 신앙하는 여러 신들을 모두 대접한 뒤, 철상을 하고 밖으로 나와 떠도는 잡귀와 잡신들을 ‘풀어먹이는’ 의식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의식이라서 뒷전인가’ 생각할 수 있지만, 무속 세계에서는 되레 “아무리 굿을 잘해도 잡귀들을 제대로 풀어먹이지 못하면 효험이 없다”는 생각이 절대적이라고 한다. 민속학자 황루시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는 새 책 <뒷전의 주인공>에서 우리 무속에서 뒷전의 실질적인 모습이 어떤지, 왜 발달했는지 등을 살펴본다. 그는 뒷전이 “우리 삶에서 소외되었던 작은 존재들을 대접하는 굿”이며, 이처럼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도 귀하게 여기는 것이 무속의 핵심이라 평가한다. 잡귀와 잡신은 굿판에 정식으로 초대받지 못한 존재로, 영산(요절하거나 횡사한 귀신), 객귀(집을 떠나 밖에서 죽은 귀신), 수비(주신을 따라다니는 귀신)를 아우른다. 이들은 주요 신들과 달리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과 기능이 없고, 인간이 소원을 비는 대상이 아니라는 특징을 지닌다.

포항 계원 별신굿에서 아기 낳는 흉내를 내는 양중(남자 무당) 김장길의 모습. ⓒ윤동환. 지식의날개 제공

황해도 대동굿의 마당굿에서 탈을 쓰고 노는 무녀들의 모습. ⓒ김수남. 지식의날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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