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앤시스 지음, 김승진 옮김/마티·1만8000원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이때 <우리는 실내형 인간>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천생 집콕 족”이라 밝힌 지은이는 ‘본질적으로 실내 종’인 현대 인간이 마주한 실내 환경을 탐색했다. 책은 무수한 미생물과 함께 사는 실내 생태계를 먼저 인식하게 하는데, 항균 화합물을 통한 박멸이 아니라 각자의 고유한 생태계를 관리해나가는 게 중요함을 일깨운다.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병원에서 내부 감염을 막고 환자의 상태를 완화할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도 살핀다. 보행자에게 친화적인 도로나 계단이 걷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켜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정책과 인프라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세심히 고려해 지어야 할 장애인의 자립 공간을 다루며 제시되는 ‘보편 디자인’의 신조도 눈길을 끈다. “‘극도로 차이가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잘 맞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면 ‘전형적인’ 사람들도 득을 본다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더 평등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건설하고 싶다면 역량의 정도가 어떠하든 모든 사람에게, 또 처한 상황이 어떠하든 모든 사람에게 좋은 디자인의 원칙이 적용되게 해야 한다.” 교정시설을 좀 더 인간적인 시설로 바꾸어가야 한다는 데엔 여러 이견이 존재하지만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책장을 덮으면 “세심하고 사려 깊은 디자인은 삶의 거의 모든 면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지은이의 말을 실감하게 된다. 다양한 데이터와 실증적 분석들이 흥미를 돋우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회를 그려보게 한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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