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
화성을 사랑한 과학자의 시간
세라 스튜어트 존슨 지음, 안현주 옮김 l 을유문화사 l 1만6500원
광활한 우주, 그 우주 속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일은 언제나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밤하늘의 별들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쉽게 닿을 수 없기에 바라보는 일은 그 자체로 다양한 심상을 일으킨다. <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는 한 여성 행성학자가 자신처럼 화성을 사랑한 이들의 탐구를 통해 인류의 기술력이 화성에 닿기까지의 과정을 차근히 풀어낸 책이다. 미국 조지타운대 행성과학 담당 조교수이며 미 항공우주국(NASA) 행성환경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세라 스튜어트 존슨은 화성 탐사 계획에 참여한 개인적 경험을 들려주는 데에 머물지 않고 역사 속 무수한 탐구자들의 유의미한 실패와 진보를 책에 담아냈다.
화성에 가닿을 기술이 없었던 시절 갈릴레오를 비롯해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망원경을 통해 화성의 본질을 파악하려 애썼다. “화성과 지구가 비슷하다는 인식은 화성을 더 잘 보려는 의지를 강하게 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망원경으로 관측한 바를 수기로 남기던 이들의 모습은 경이롭게 보이기도 한다. 그들의 기록이 과학적 사실과 얼마나 부합하는가와 별개로, 지난한 노력을 거쳐 화성을 향한 인류의 꿈이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실감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 화성 탐사선인 매리너 4호가 1965년 처음 보내온 화성 사진을 통해 사람들은 상상했던 것과 달리 황폐한 환경을 직시하며 당혹감을 느끼지만 탐사는 계속 이어진다. 현재 상태에서 화성의 과거 모습을 유추하며 물의 흔적을 찾음으로써 생명체가 살 수 있었을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일에 많은 과학자들이 매달린다. “생명체 탐사는 무한을 찾아 나서는 것, 넓다란 우주의 다른 장소, 혹은 다른 시간에 다른 형태로 존재할 생명체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막막하고 험난하지만 미세한 단서라도 찾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생동감이 느껴진다. “화성 탐사선의 절반가량이 실패했다”고 할 만큼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 실패를 딛고 발전된 기술을 탑재한 패스파인더, 큐리오시티와 같은 탐사선이 화성에 닿았고, 우리는 이제 좀 더 현실감 있게 화성을 만나고 있다.
패스파인더가 촬영한 화성 영상. 을유문화사 제공
마지막 장에 담긴 화성의 석양이 눈길을 잡는다. “수평선에서는 먼지가 붉은빛을 모두 산란시키고 있었고, 노을이 으스스하고도 이해할 수 없는 강렬한 푸른빛을 내고” 있는 황혼녘은 우주라는 공간이 머금은 이질감과 미지의 세계가 품은 무한의 매력을 동시에 전해준다. 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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