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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거리] 책방

등록 2021-07-30 05:00수정 2021-07-30 09:26

[한겨레BOOK] 책거리
제주 애월의 보배책방. 
제주 애월의 보배책방. 

마음이 허허로울 때면 버스에 올랐습니다. 청량리, 제기동 지나면 청계8가, 7가, 6가 거쳐, 숫자가 작아져 갑니다. 높은 곳에 길게 뻗은 청계고가 아래로 버스는 굴러갑니다. 황학동 가는 길입니다. 빈 배낭 짊어진 버스 안에서 흔들리다 보면 창밖 세상도 덜컹거렸습니다. 애들은 가라~ 약장수 옆 인파를 헤치고 좁디좁은 헌책방 즐비한 거리로 나섭니다. 오래된 책 냄새 고인 어둑한 가게에 쭈그리고 앉아 허겁지겁 책무더기를 들춥니다. 이내 묵은 책들이 배낭을 채우고 돌아가는 버스간은 충만해집니다. 리영희, 신영복, 함석헌, 백낙청, 조동일, 김윤식, 김현, 정현종, 마종기, 최인훈, 박상륭…을 그렇게 그 길에서 만났습니다.

책은 기록입니다. 수천년 인류 역사의 경이로운 흔적들입니다. 책은 지식과 정보를, 지혜와 통찰을, 기쁨과 감동을, 위로와 설렘을 줍니다. 독서는 여행이며 탐험이고, 쉼이기도 성찰이기도 유흥이기도 합니다. 책은 그 자체로 문화이고 예술입니다. 책은 나와 너를 연결하고 우리를 구성합니다. 책을 빼놓고는 인류와 역사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책은 살아 있는 생물입니다. 책은 세계를 연결하고 움직여온 미디어입니다.

우리와 함께 깊어져온 책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요? 제 앞가림도 못하는 ‘신문쟁이’가 비관적 전망에 걱정하고 있을 때, 괴산 미루마을에서, 제주 애월에서, 속초 동명동에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동네책방들이 새싹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책 너머의 책들이 소담하게 꽃 피우는 그곳에서, 여러 사람들이 지친 마음 달래는 날들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동네책방을 꾸려가는 분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경이로운 흔적들을 아로새기고 있습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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