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평범하게 빛나는 이야기의 사람들

등록 2021-08-13 05:00수정 2021-08-13 09:30

슬픈 세상의 기쁜 말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정혜윤 지음 l 위고 l 1만6000원

‘사람 책’이라는 말이 있다. 오랫동안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다. 라디오 피디이자 북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저자의 이 책에는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일 것 같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을 찾아가 묻는다.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책에 옮긴 대답은 하나하나가 활자로 완성된, 때로 소설보다 극적이고 소박하면서도 감동적인 ‘사람 책’이다.

“엄마에 대한 기억도 없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엄마나 아빠가 있어서 안아주기도 하고 꾸지람이나 충고 같은 것을 해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어. (…) 나는 살면서 한 가지만은 꼭 지키기로 결심했어. 나를 낳아준 사람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살겠다고. (…) 인생에서 그거 한가지만은 이루고 싶었어.” 무작정 버스를 타고 내려간 바닷가 도시에서 만난 어부에게 저자는 고단한 인생과 가진 것 없는 삶에서 그가 지켜온 “자유”의 품위에 대해 되새긴다.

“난 이 세상이 어떻게 이 세상이 되었는지 궁금해.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해서 알고 싶고, 세계 모든 나라의 언어를 들어보고 싶고, 우리나라 각 도는 어떻게 각 도가 되었고, 거기에 뭐가 있는지 알고 싶고, 각 도에서 사람들은 뭐 하고 사는지 (…) 알고 싶어. 내가 지금 듣는 것은 다시는 못 듣겠지. 그런 걸 생각하면 아주 열성적으로 듣게 돼. 귀가 배지근해지지.” 일흔여덟살에 글을 깨우친 할머니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듣고 싶어한다. 오염된 언어가 넘치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귀 기울여야 할 수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책은 말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