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붕: 진시황에서 유방까지
리카이위안 지음, 이유진 옮김 l 글항아리 l 2만8000원
초망: 항우에서 한신까지
리카이위안 지음, 김영문 옮김 l 글항아리 l 2만6000원
<진붕>, 진나라의 붕괴다. <초망>은 초나라의 멸망이다. 중국 베이징대 출신으로 일본에서 학위를 하고 슈지쓰대 교수로 재직 중인 리카이위안은 중국 진나라 제국이 붕괴한 이야기를 먼저 쓰고, 후속편으로 초나라가 멸망한 이야기를 이어 펴냈다. 두 책은 한 묶음을 이루지만 <초망>을 먼저 읽어도 무방할 만큼 독립성이 강하다. 그러나 잠깐 읽어 넘길 책이 아니어서, <초망> 이후에는 <진붕>으로 손이 갈 수밖에 없을 터.
우선 <진붕>. 육국을 통일해 진 제국을 세운 진시황 영정과 한나라를 창건한 유방은, 불과 세 살 차이다. 전국시대 말기 동시대를 살아간 인물들로, 47년간 같은 시대를 살았다. 진 제국의 난폭한 10년은 초나라의 진승, 항우, 유방이 무너뜨리는데 리카이위안은 진나라와 한나라 사이에 있던 초나라를 적극 복원한다. 이를 통해 진-초-한 시기 역사의 연속성을 강조함으로써 ‘포스트 전국 시대론’을 내놓는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현장 답사다. 리카이위안은 ‘희수 전투’에서 승리한 진나라 정예군의 진법을 추적하기 위해 직접 현지를 찾아가 지형을 세밀히 분석하고 진 제국 군대의 정예 중 정예인 중위군의 주둔을 고증해낸다. <초망>에서도 리카이위안이 직접 답사를 거쳐 역사적, 문화적 상상력으로 고대사의 서술 공백을 메우려 시도한다.
“나는 역사의 여행자다. 내가 역사 속을 돌아다닐 때 역사가 내 마음속에서 부활한다. 나는 부활한 역사를 종이 위에 정지시켜 이 책에 담아냈다.” 이렇게 생생하게 살려낸 중국 고대제국 흥망의 역사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 충분히 견줄 만하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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