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프면 우리도 아픕니다
코로나와 마주한 한국 사회의 민낯
이재호 지음 l 이데아 l 1만8000원
‘코로나 신규 확진 ○○○명’ 수시로 날아오는 뉴스 속보는 때로 코로나19 재난을 납작하게 바라보게 한다. 숫자는 재난에 더 고통받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K-방역’ 뒤에는 오늘도 노동자들과 고령층,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 위태롭게 삶을 영위한다.
<당신이 아프면 우리도 아픕니다>는 코로나19 재난에 더 고통받고, 더 좌절하는 이들에게 현미경을 들이대고 같이 아파하는 책이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면 자연스레 우리 곁에 ‘누군가’의 얼굴이 드러난다. 얼굴이 드러나면 그들의 숨결과 체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는 <한겨레> 사회부 기자로 보건대학원에서 ‘건강불평등’을 전공한 저자의 이력이 십분 발휘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장과 수시로 호흡하는 사회부 기자의 일상과 보건학도의 시각이 씨줄과 날줄로 엇갈리며 코로나 시대 한국 사회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에서 감염 공포와 격무에 시달리며 무너져가는 요양보호사 최말숙씨, ‘공적마스크’ 판매 당시 길게 늘어선 대기줄에도 설 수 없었던 미등록 체류자와 유학생 등은 책 곳곳에서 ‘여기 우리가 있다’고 호소한다.
이들을 조명하는 데만 멈추지 않는다. 책은 의사협의와 전공의 파업, 열악한 공공의료, 코로나19와 관련한 미신과 가짜뉴스 등 재난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우리 사회의 문제를 냉정하게 짚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독자들과 함께 가늠해보려 한다. 책장을 덮으면 자연스레 책 제목의 의미를 되새김질하게 된다. ‘당신이 아프면 우리도 아픕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해야 당신도 건강합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