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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헤매고 움츠러든 이들을 위한 지도와 칼

등록 2021-08-27 04:59수정 2021-08-27 12:01

지성이 금지된 곳에서 깨어날 때
새로운 길을 낸 여성들의 날카로우면서도 우아한 세계
이유진 지음 l 나무연필 l 1만7500원

지금 여기의 세계가 가부장제 억압과 성차별이 만연하다는 걸 깨달은 여성에게 이 사회는 평온한 바닷가, 숲속일 리 없다. 이 세계는 끝이 보이지 않아 절망으로 치닫게 되는 사막, 또는 포식자의 위협이 다가올지 몰라 내내 온몸을 긴장해야 하는 밀림이다. 사막을 탈출할 지도, 밀림의 수풀을 헤칠 칼이 필요하다.

<지성이 금지된 곳에서 깨어날 때>는 헤매고 움츠러든 사람들을 위한 지도이자 칼이다. 1장은 여성 거인 15명의 저작과 발자취를 훑은 여성사의 지도이다. 지도는 거침없이 세계로 나아간 버지니아 울프, 나혜석, 하야시 후미코의 발자취를 더듬는 것을 시작으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시몬 베유, 수전 손택, 클라라 슈만, 바버라 에런라이크, 록산 게이 등 시공을 넘어 세계인들과 교감한다. 지도 한가운데서 마주친 여성사의 선구자이자 페미니스트 역사가 거다 러너의 “여성의 역사는 여성 해방에 긴요하며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이 지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짜릿한 확신을 준다.

말, 몸, 피, 신이라는 열쇳말로 오늘날 여성들의 고민과 삶을 담은 책들을 ‘해제’한 2장은 ‘칼’의 쓰임새가 있다. 칼날은 바깥만을 겨누지 않는다. 자신을 향하기도 한다. 책은 말싸움, 분노, 사랑, 질병, 월경, 투병 등에 맞닥뜨려 무엇인가 자신을 설명하고 때로는 방어·공격하는 언어를 찾는 사람들에게 쥐여진 칼이다. 지은이는 젠더·여성 분야를 10년 가까이 취재해온 ‘저널리스트’이자 여성학과 그 주변을 공부하는 ‘주말의 연구자’이다. 책은 현재에 발 딛고 있는 저널리스트의 면모와 시공간의 폭을 최대한 확장한 연구자의 면모가 합쳐진 단단한 결과물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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