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 이한음 옮김 l 을유문화사 l 2만 2000원 초현실주의 운동은 1920년대에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되어 1930년대 내내 활발하게 이어지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쇠락했지만, 화려한 시각 예술로 여전히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며 다가온다. 원래 철학 개념에서 시작한 초현실주의는 “분석하지 말고, 계획을 세우지 말고, 이성을 개입시키지 말고, 균형이나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말고, 오로지 무의식이 이끄는 대로” 그림으로써, “가장 어둡고 가장 비합리적인 생각이 무의식에서 솟구쳐 나와서 캔버스에 자신을 드러내도록” 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생태학자이며 현재까지 살아남은 초현실주의 예술가인 데즈먼드 모리스가 직접 만났거나 전해 들은 초현실주의 예술가 32명의 삶을 간결하고 흥미롭게 담아낸 책이다. 지은이는 그들의 그림이나 조각을 분석하는 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초현실주의 화가가 무의식에서 직접 끌어올린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라면, 일어나고 있는 일을 합리적이거나 분석적인 차원에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마땅하다”며 “초현실주의자인 인물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이 운동을 주도한 앙드레 브르통을 비롯해 알렉산더 콜더, 살바도르 달리, 마르셀 뒤샹, 알베르토 자코메티, 르네 마그리트 등 대중에게 익숙한 인물들이나 에일린 아거, 레오노라 캐링턴, 레오노르 피니 등 당시의 제약을 거부한 여성 초현실주의자들의 인생 이야기는 시간을 뛰어넘어 현실감 있게 소환된다. 책엔 그들의 전성기 시절 사진과 작품 한 점씩이 담겨 강렬한 에너지를 더한다. 책은 브르통의 핵심 집단에 속해 있었거나, 혹은 집단에 속하길 거부하거나 축출되어 독자적으로 활동했거나, 그들과 동떨어져 자연스레 초현실주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낸 이들을 다양하게 다루면서 가정환경, 성장 과정, 거주한 도시와 영향을 주고받은 사람들, 연인과 배우자, 사망 때의 모습까지 초현실주의자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어 흥미롭다. 현실은 그들을 어떤 무의식의 세계로 이끌었을까. 도덕적 기준을 벗어던진 채 살아간 이들도 있고, 작품으로만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인 이들도 있었지만, 개인차와 상관없이 그들 삶을 엿본 뒤 마주하는 작품들에선 일종의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들 역시 모두 해피엔딩만을 맞게 되진 않지만 반짝이던 시기 빛나던 예술혼이 작품 곳곳에 살아남아 있음을 책은 실감하게 해준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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