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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팩트와 스토리로 직조한 김성재 죽음의 진실

등록 2021-09-03 05:00수정 2021-09-03 10:14

범인 못 밝힌 희대의 미제사건
현직기자·스토리기획사 협업
감춰진 진실 찾아 1년여 취재 정통 논픽션으로 전면 재조명

마지막 노래를 들어줘

누가 김성재를 죽였나

오승훈 지음, 팩트스토리 공동기획 l 여의도책방 l 2만원

“20일 아침 7시5분께 서울 서대문구 홍은3동 스위스그랜드호텔 별관 스위트룸 57호실에서 인기 댄스 그룹 ‘듀스’의 전 멤버 김성재(2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 경찰은 (…) 김씨가 잠자던 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숨진 것으로 보고….”(<한겨레>, 1995년 11월21일치 23면)

그러나 단순 변사가 아니었다. 살인 의혹이 일었다. 26년이 지나도록 미제사건이다. 앞으로도 의문이 말끔히 풀릴 가능성은 그다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의 죽음은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으나, 누가, 왜, 어떻게 그를 죽였는가를 묻는 일은 이어져야 한다. 억울한 죽음 아닌가. 수사·사법 당국의 손을 떠났으므로 묻고 파헤치는 업을 가진 이들이 관심을 가질 법하다. 언론이 간헐적으로 이 사건을 꺼내드는 까닭이다. 다만 주로 피디 저널리즘의 무대에서 이뤄져왔기에, 이번에 신문기자와 논픽션스토리 전문기획사가 손잡고 펴낸 <마지막 노래를 들어줘>는 반갑다. 척박한 한국 언론계에도 정통 논픽션이 한 편 나온 것이다.

두툼한 500여쪽을 정신없이 넘길수록, 한심하고, 어처구니 없고, 그래서 더욱 안타까워진다. 특히 초동수사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지은이는 조목조목 ‘팩트’로 드러내고 ‘스토리’로 엮어낸다. 수사당국은 사망자가 숨지기 전날 마신 맥주병까지 치워버리며 사건 현장을 내버려뒀고, 사체 온도도 재지 않았으며, 폐회로티브이(CCTV) 영상도 확보하지 않아 사라졌다. 화질이 형편 없는 즉석카메라로 사체 사진을 찍었고, 호텔에 함께 머물던 이들 중 일부가 출국하도록 방치했다. 고인의 여자친구는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수사의 허점을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2심과 최종판결에서 무죄로 풀려난다. 그리고 지금까지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두가지가 아니다. 둘은 연인이었나 아니면 헤어지기 직전이었나, 왜 여자친구는 동물마취제를 구입하고 사건 이후 동물병원 의사를 만났나, 왜 주요 증인들의 발언이 엇갈리고 오락가락했나. 여자친구인가? 매니저인가? 제3의 인물인가? 공범들이 저지른 것인가? 만일 사건 현장을 제대로 살펴 사망 시간을 확인하고 증거들을 확보했다면 훨씬 쉽게 해결되었을 사건이다. 부실 초동수사가 의혹을 더 크게 부풀리고 죽음을 억울하게 만든 것이다. 검경 쪽 받아쓰기로 혹은 그보다 더 나아간 헛다리 짚기로 마약 중독사 의혹으로까지 보도한 언론도 고인을 두 번 죽였다.

<마지막 노래를 들어줘>는 1년여의 탐사를 거쳐 나왔다. 지은이는 수사와 공판 기록, 당시 신문과 잡지 기사 등 3000쪽이 넘는 문서를 샅샅이 검토하고 수사관계자와 관련 판사, 검사를 수소문해 문전박대를 감내하며 인터뷰했다. 김성재의 유족과 지인들을 만났고 법의학자와 의사들의 자문도 구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무죄 판결을 받은 김성재의 전 여자친구 쪽 취재였을 것이다. 김성재 사건을 언급하는 것은 지금도 간단치 않은 일이다. 관련 방송 프로그램 방영이 법적 조처로 취소되고, 당시 법의학자는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이 책의 운명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이 책 제목이자 김성재의 마지막 솔로곡 제목처럼 “마지막 노래를 들어줘”야만 한다는 기분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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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스의 김성재(앞쪽)와 이현도.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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