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제임스 매클렐란 3세·헤럴드 도른 지음. 전대호 옮김. 모티브북 펴냄. 2만9000원
제임스 매클렐란 3세·헤럴드 도른 지음. 전대호 옮김. 모티브북 펴냄. 2만9000원
흔히 시대와 주제별로 과학기술의 역사를 다루는 교양서들은 많지만 인류사 전체와 모든 과학기술 분야를 아울러 ‘큰 그림’을 그려 보여주는 책은 흔치 않다. 그림이 큰 만큼 자칫 잘못하면 세부묘사는 흐릿해지고 전체 그림은 맹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스티븐슨공대 교수인 제임스 매클렐란 3세와 헤럴드 도른이 지은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모티브북 펴냄)는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인류의 탄생과 도구의 활용부터 시작해 20세기 첨단 응용과학의 흐름까지 훑는 방대한 발명과 발견의 역사를 빠르게 여행한다. 인간 역사에 과학기술은 과연 어떤 의미로 개입했는지 보여주려는 의도인데, 2000년 세계역사학회에서 최고도서상을 받은 책이라 하니 내용과 시각은 일단 검증된 셈이다.
모두 18장으로 빠듯하게 압축된 과학기술사에서 지은이들은 중세 세계관을 벗어나 근대의 문을 열었던 과학혁명의 세 주인공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턴, 그리고 인간의 생물학적 지위를 송두리째 뒤바꾼 다윈, 현대 물리학을 개척한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각각 개별 장에서 다뤘다. 그만큼 이들이 세계사의 변화에 끼친 엄청난 영향력을 내비친다. 이와 함께 서구 중심의 시각을 피해, 서구 못잖은 문명을 누린 이슬람과 중국, 인도, 마야·잉카의 과학기술 역사를 각각 독립된 장에 정리했다.
큰 흐름에서 볼 때 현대 과학기술의 특징은 이전 시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다. 지은이들이 전하는 현대 과학의 모습은 과학 연구활동의 조직화, 전문화, 그리고 산업화로 요약될 만하다. 실용과학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과학기술은 산업혁명과 쌍두마차를 이루며 발전해온 또하나의 ‘생산양식’처럼 이해된다.
한편, 아인슈타인 이론과 양자역학, 우주론의 흐름을 일러, 근대 과학이 물리쳤던 아리스토텔레스주의를 다시 떠올려 ‘새로운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들’이라고 한 표현은 독특하다. 아마도 실용과는 분리돼 계속되는 순수과학의 지적 전통을 이르는 말이다.
현대과학은 최종적 진리일까? 지은이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 하지만 과학은 우리가 세계에 관해 무언가 말하기 위해 사용하는 최선의 수단”이며 그 과학적 설명들은 앞으로도 계속 바뀌어나갈 것이라고 답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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